박근혜 대통령은 방미 기간 워싱턴에서 2박3일간 머물면서 숙소로 '블레어 하우스(Blair House)'를 사용한다. 블레어 하우스는 미국 정부가 외국 정상에게 제공하는 공식 영빈관으로 백악관 맞은 편에 위치한, 115개 방을 갖춘 4채짜리 건물을 지칭한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은 워싱턴 방문시 블레어 하우스를 이용해왔다. 박 대통령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도 1965년 미국 방문 당시 이곳에 묵었다. 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구상 중이던 박 전 대통령은 당시 린든 존슨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기 위해 이곳에 머물렀다. 주된 의제는 경제원조였다.
48년의 시간이 흘러 대통령이 된 딸은 다른 의제를 들고 정상회담을 갖기 위해 아버지가 묵었던 이곳을 다시 찾았다.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브리핑에서 "블레어 하우스가 한미동맹의 과거와 미래를 잇는 가교를 상징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블레어 하우스는 1824년 미국의 첫 공중위생국 장관 조지프 로벨의 개인주택으로 건립됐으나 1836년에 앤드루 잭슨 전 대통령의 자문역이자 신문편집인 프란시스 프레스턴 블레어에게 팔린 뒤 지금의 이름을 얻었다. 미국 정부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이 재임하던 1942년 제2차 세계대전과 관련해 외국 귀빈들의 방문이 잇따르자 공식 영빈관을 마련할 필요성에 이 건물을 사들였다. 해리 트루먼 전 대통령 시절 백악관 보수공사로 인해 대통령 집무실 겸 거처로 이용되기도 했다.
블레어 하우스는 영빈관으로서의 역할뿐 아니라 일부 미국 대통령이 취임식을 앞두고 하룻밤을 묵는 숙소로 활용됐다. 미국이 관련된 주요 국제회담 장소가 되기도 했다. 92년 우루과이라운드 농산물 협정 초안 가운데 보조금 감축 등에 관한 미국과 유럽공동체(EC)의 협상이 이곳에서 타결돼 '블레어 하우스 협정'이라고 불렸다.
뉴욕=이동훈기자 dh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