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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민주당의 꿈과 희망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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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민주당의 꿈과 희망은 어디에?

입력
2013.05.06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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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근현대사에서 가장 극적인 사건 중 하나가 장정(長征)이다. 장제스의 국민당은 70만 대군을 동원하여 공산당을 거칠게 몰아붙였다. 1934년 10월 공산소비에트가 있던 루이진마저 함락시켰다. 저우언라이가 지휘하던 홍군 8만 5,000여 명은 혼비백산하여 도망치기에 급급했다. 홍군은 궤멸 직전이었고, 중국공산당은 태어난 지 10년여 만에 소멸될 위기에 빠졌다.

석 달 후 구이저우성 쭌이(遵義)에서 놀라운 반전이 벌어졌다. 1935년 1월 개최된 중앙당 정치국 회의는 이후 중국의 역사를 바꿔놓았다. 당시 공산당의 군권을 장악한 실질적 지도자 저우언라이가 마오쩌둥을 공산당의 최고지도자로 옹립했다. 마오쩌둥의 탁월함을 간파한 저우언라이는 스스로 최고의 자리에서 내려와 마오쩌둥의 참모가 되기를 자처했던 것이다.

지난 4일 제1야당인 민주당은 김한길 대표 체제를 출범시켰다. 지난해 4ㆍ11 총선과 12ㆍ19 대선을 주도했던 친노, 주류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이루어진 것이다. 7명의 후보가 나섰던 최고위원 경선에서도 친노로 분류된 후보가 꼴찌를 했고, 계파색깔이 옅은 중도적 인물들이 최고위원에 선출됐다. 비주류가 주류로, 주류가 비주류로 자리를 바꿨다.

김 대표는 “변화와 혁신의 폭풍 속으로 나가자”며 계파주의 정치를 청산하겠다고 사자후를 토했다. 맞는 말이다. 민주당의 고질적 병폐인 분파주의, 교조주의, 포퓰리즘적 행태를 청산하지 않고는 정권창출의 꿈을 이루기 어렵다. 진단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를 실천으로 옮길 수 있느냐다. 천석고황의 고질병을 뿌리째 뽑아버릴 수 있는 동력이 있느냐가 관건이다.

김 대표 스스로가 말한 대로 그는 당내 세력도 계파도 없다. 한 마디로 지지기반이 취약하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계파주의 청산을 위해서 ‘대탕평 인사’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말이 좋아서 탕평이지, 자칫 하면 그 밥에 그 나물, 좋은 게 좋다는 식의 미봉 인사가 될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다. 근본적인 체질의 변화가 아니라 분만 덧칠하는 꼴이 되기 십상이다.

다시 80년 전으로 돌아가 보자. 왜 저우언라이는 마오쩌둥에게 당권과 군권을 내어주고 스스로 2인자의 자리로 내려앉았을까. 그 당시 중국공산당의 핵심세력은 파리나 모스크바 유학을 다녀온 인물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들은 마르크스-레닌의 교시를 금과옥조처럼 여기며 대도시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혁명을 추구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후난성 시골 촌뜨기로 치부했던 마오쩌둥의 생각은 달랐다. 중국과 러시아는 다르다는 전제 아래 농촌봉기를 주장했다. 저우언라이는 마오쩌둥에게서 중국의 미래를 이끌 수 있는 지도자의 자질과 두뇌와 가슴, 감성과 지성을 겸비한 카리스마를 보았고, 민중의 희망과 꿈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았다. 저우언라이는 서슴지 않고 마오쩌둥을 최고지도자로 만들었다.

김한길 대표체제가 걸어가야 할 길은 멀고도 험하다. 우선 10월 재보선에서 이겨야 한다. 당 외곽에서 끊임없이 원심력을 행사하고 있는 안철수 의원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불임정당’이란 체념과 무기력을 떨치고 일어나 정통 민주당을 재건해야 한다.

지금 민주당에 필요한 것은 ‘희망’과 ‘꿈’이다. 엄혹했던 시절 만년 야당의 초라함 속에서도 그들에겐 김대중이란 희망이 있었다. 국민의 정부 5년 동안 한나라당에게 쫓기면서도 그들은 노무현이란 꿈을 만들어 냈다. 희망과 꿈은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어느 누가 김대중 마냥 민주주의를 위해서 목숨을 걸었던가. 어느 누가 노무현처럼 지역구도 타파를 위해 온 몸을 던져봤던가.

민주당에 희망과 꿈이 다시 살아나게 하는 데 김한길 대표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 위대한 2인자가 되겠다는 심정으로 4년 반 후에 있을 대선에 나설 주자들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들이 국민들의 눈을 사로잡고 심금을 울릴 수 있도록 터를 닦고 무대를 설치해야 한다. 김한길 대표의 행보를 주목해 본다.

황태순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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