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락이란 하나의 쟁점이 단락 내에서 다루어져야 한다. 즉 단락을 나누는 이유는 하나의 단락 안에서 하나의 쟁점을 대상으로 하는 담론을 하겠다는 약속을 하는 것이다. 읽는 이가 단락 안에서 핵심주장 또는 핵심내용을 파악할 수 있게 글을 구성해야 한다. 주장 글의 궁극적인 목적은 설득을 통한 의견의 관철에 있다. 그러므로 설득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체적인 쟁점이 유지되면서 단락 내 내용구성이 간결해야 한다. 하나의 단락 안에 너무 많은 내용을 담고자 하면 글의 구성이 매끄러워지지 못한다.
같은 구성이라도 근거를 제시한 뒤에 주장을 하는 구조(선근거-후주장) 보다는 주장을 먼저하고 나중에 근거를 언급하는 형식(선주장-후근거)이 더욱 효과적이다. 200~300자 정도의 글이라면 연역적 추론과정으로 글을 써도 무방하다. 짧은 글 혹은 대화에서는 어떠한 형식을 취하더라도 상대방이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글이 1,000자를 넘어가는 경우 혹은 긴 대화에서는 짧은 글만큼의 긴장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주장 글이란 상대방을 설득하여야 한다. 근거나 이유를 통한 주장으로 상대방의 생각을 변화시켜야 한다. 그렇다면 두괄식구조인 '선주장-후근거' 방식이 타당하다.
수필과 달리 주장 글은 시작 전에 꼭 얼개 짜기를 해야 한다. 개요 짜기라고도 하는 이 작업이 선행되어야 수필과 같은 글이 되지 않는다. 가장 흔한 오해중의 하나가 주장 글을 쓰는 이들이 물 흐르듯 글을 쓴다는 생각이다. 그 정도의 글쓰기를 하려면 엄청난 내공이 필요하다. 논증력이 갖추어지지 않은 고등학생 수준의 글쓰기란 흐르는 물처럼 쓰면 대개의 경우 수필이 되고 만다. 그러므로 반드시 글쓰기를 시작하기 전에 꼼꼼한 개요를 짠 뒤에 글을 구성해가야 한다. 흔히 쓰는 '상황논의-문제제기-개념제시-핵심주장-근거제시1- 근거제시2-근거제시3-마무리'라고 하는 개괄적인 형식구성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러한 구조를 바탕으로 어떤 내용을 어떻게 채워갈 것인지에 대한 충실한 구상을 끝낸 뒤에 한 호흡으로 단락들을 채워가야 한다.
양서진 학생 글의 형식구성을 살펴본다. '1단락: 동남아의 이미지는? (문제제기) → 2단락: 색안경을 깨뜨리자(주장) → 3단락: 역지사지의 태도가 필요하다(주장) → 4단락: 함께 어울리는 기회가 필요하다(주장) → 5단락: 고정관념과 선입견을 타파하여 원하는 사회로 나아가자(주장)' 전체적으로 문제제기와 병렬주장으로 되어있는 간결한 구조이다.
그렇다면 이 글이 강한 주장인가? 주장 글에서 필요한 항목은 논증구조이다. 주장의 연속이 설득력을 높이지 않는다. 주장의 병렬적인 나열보다는 왜 그러한 주장을 하는 것인지에 대한 근거의 확보가 더 논증력을 강화한다. 전제 혹은 이유라고 불리는 근거가 설득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 글은 3단락에서 5단락까지 연속하여 주장을 하고 있지만, 결국 '인식을 바꾸어야 한다'로 귀결된다. 그렇다면 이 글처럼 병렬주장을 하지 말고 하나의 단락에서만 고정관념 또는 선입견을 극복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자. 그런 다음 나머지 단락에서 왜 선입견을 바꾸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이유나 사례를 제시하는 것이 더욱 설득력을 갖는다. 아니면 선입견을 극복하고 새로운 시대에 맞는 태도를 취하자고 핵심주장을 내세운 뒤에 어떻게 새로운 사고를 가질 것인지에 대한 방법론을 제기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되겠다.
주장을 표현함에 있어서 조심해야 하는 점이 있다. '나와 우리'라는 주어의 사용이다. 설득을 위한 담론에서는 주관적인 감성보다는 객관적인 판단이 주된 관심사이기에 '나'와 '우리'라는 주어의 사용은 자제되어야 한다. 이러한 표현을 하면 주장 글의 가장 주된 특성중의 하나인 객관성 또는 공정성이 흐트러지게 되어 주장 글이 수필 글로 바뀔 수 있다.
★기고와 첨삭지도를 희망하는 중ㆍ고생은 약 2,000자 분량의 원고를 nie@hk.co.kr로 보내주십시오.
서강대 공공인재학부ㆍ법학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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