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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수집가'가 그려낸 자본주의 미국의 안락과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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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수집가'가 그려낸 자본주의 미국의 안락과 불안

입력
2013.05.06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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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은 인간을 외면한다. 나는 휴머니즘을 지향한다."

자신을 '영혼의 수집가'라고 말했던 미국 화가 앨리스 닐(1900~1984)은 1960, 70년대 미니멀리즘과 개념미술이 유행한 미국 화단에 휘둘리지 않고 평생 꿋꿋이 초상화를 그린 작가다. 그의 작업은 오랫동안 주목 받지 못하다 말년인 1974년 뉴욕 휘트니미술관 회고전을 계기로 재평가 받기 시작했다. 2000년 미국 주요미술관들에서는 그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회가 잇따라 열렸다.

미국을 대표하는 초상화가인 닐의 작품이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한국에 온다. 6월 2일까지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열리는 앨리스 닐 개인전 'People and Places:Paintings by Alice Neel(사람과 장소들:앨리스 닐 그림)'에서는 1942년부터 1981년까지 작품 15점이 선보인다. 유산의 아픔을 겪고 찾아온 친구 부부('가련한 수와 그의 남편'), 자신의 화상(畵像)과 아내('데이비드 맥키와 그의 첫 번째 아내') 등 작가 생애의 특별한 순간들을 담은 작품들이 소개된다. 인물들의 표정은 때때로 어둡지만 대개 풍요롭고 편안하다. 관람객을 바라보는 듯한 초상화 인물들의 눈빛이 인상적이다.

모델과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눈 후 인물의 성격을 예리하게 포착한 닐의 초상화는 선명한 색상, 개성적인 표정이 특징이다. 캐리커처를 연상케 하는 초상화는 정밀하면서도 스케치처럼 간략하고, 사실적이면서도 위트 있다. 앨리스 닐 재단 고문 제레미 루이슨을 비롯해 많은 미술평론가들은 그의 그림을 "인간 내면과 정신세계의 깊이, 사회성, 일상에 묻어나는 독특함을 담고 있다"고 평가한다. 어떤 한국인의 눈에는 자본주의 미국에서 안락하게 살아가는 인물들을 그저 소박하게 담아낸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02)2287-3500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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