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인터넷 검색 구글이 지난달부터 완전히 달라졌다. 검색자의 의도를 읽는 검색으로 바뀐 것이다. 예를 들어 '백두산 높이'를 입력하면 기존 검색들은 '백두산'과 '높이'라는 낱말이 들어간 결과를 보여준다. 하지만 달라진 구글 검색은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던 2,744㎙가 아닌 수정된 높이 '2,750㎙'를 맨 위에 보여주고 옆에 백두산 설명 창이 따로 표시된다.
이를 5일 만난 조원규(사진) 구글코리아 사장은 "사람을 읽는다"고 표현했다. 입력창에 단순 표시된 단어가 아닌 검색자가 무엇을 찾는 지 단어의 관계를 파악해 유추한다는 뜻이다. 그야말로 '구글 2.0'이다.
얼핏 보면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구글은 이를 몇 년에 걸쳐 준비했고 내막을 들여다보면 놀랄 만 하다. 구글 검색은 전세계 인터넷을 뒤져 5억7,000만개의 검색어를 180억개의 관계로 묶고, 여기 해당하는 결과를 자동으로 찾아낸다. 방대한 데이터 검색 기술이 없으면 불가능할 뿐더러, 당연히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이다.
구글이 '지식그래프'라고 이름 붙인 검색 기술은 새로운 검색어가 등장할 때마다 관계 또한 자동으로 파악한다. 조 사장은 "자동화 기술이 어려워 다른 검색들이 따라오기 힘들다"고 말했다.
때로는 그 결과가 당혹스러울 때도 있다. 예를 들어 유명 배우 '톰 크루즈 부인'이라고 입력하면 맨 위에 3명의 여성 이름과 사진, 심지어 동거 기간까지 나온다. 톰 크루즈가 세 번 이혼했기 때문이다. 당사자의 뜻과 무관하게 언론 등을 통해 결혼과 이혼 사실이 알려져서 구글도 자동으로 이런 관계를 찾아서 보여주는 것이다. 조 사장은 "객관화된 정보라고 판단될 때만 결과를 보여주기 때문에 구글도 결과를 손댈 수 없다"며 "검색 결과를 고치고 싶으면 원본 문서를 수정하는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구글에서는 달라진 검색을 창사 이래 최대 변화로 꼽는다. 달라진 검색이 구글의 다양한 서비스와 결합해 사람의 인터넷 생활을 바꿔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크게 기대할 만한 부분은 구글의 번역 서비스와 결합해 인터넷의 언어장벽을 넘는 것이다. 조 사장은 "검색에 자동으로 번역이 적용되면 전세계 인터넷 정보를 이용자가 원하는 언어로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구글이 개발하는 구글TV, 구글 안경, 구글 스마트카와 구글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도 새로운 검색이 적용된다. 이렇게 되면 사람의 음성, 눈동자 움직임과 동작 등이 검색에 쓰일 수 있다. 즉, 운전하면서 검색어를 말하거나, 구글 안경을 쓴 채 바라보는 대상을 검색 결과로 보여주는 식이다. 조 사장은 "구글의 새로운 검색은 구글이 내놓는 모든 서비스와 장치들에 기본 적용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글코리아는 구글 안경과 자동으로 움직이는 구글 스마트카를 국내에 내놓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조 사장은 "여건만 된다면 구글 안경과 구글 스마트카도 당연히 한국에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쉬운 부분은 인터넷에 한글 정보들이 너무 적다는 점이다. 조 사장은 "구글이 새로운 검색 기술인 '지식그래프'를 작년에 개발했는데 한국에 이제 적용한 것은 한글 정보가 너무 적어서 관계 파악에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라며 "한글로 된 객관적인 정보들이 더 많이 생산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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