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조치 9호 세대'의 한 사람으로, 지금도 민주화와 긴급조치 세대의 역할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정태헌(55) 고려대 한국사학과 교수가 34년 만에 재심을 받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이정석)는 유신헌법에 반대하는 내용의 지하 신문을 돌린 혐의(긴급조치 9호 위반)로 1979년 징역 1년6월이 선고됐던 정 교수에 대한 재심을 개시했다고 5일 밝혔다.
재판부는 "대법원은 지난달 긴급조치 9호가 발동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목적상 한계를 벗어나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해 유신헌법은 물론 현행 헌법에 비춰봐도 위헌 무효라고 판단했다"며 "무죄를 인정할 명백할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정 교수는 고려대 2학년 재학 중이던 1978년 반유신 운동 소식을 담은 '소리들'이라는 신문을 만들어 학생 1,500여명의 집에 보낸 혐의로 긴급체포돼 같은 해 8월 징역 1년6월이 확정됐으며 지난해 1월 재심을 청구했다.
정 교수는 본보와 전화통화에서 "하급심 법원과 검찰은 대법원 및 헌재가 위헌 결정을 하기 전까지 너무 오랜 기간 긴급조치에 대한 판단을 미뤘다"며 "민주화 과정에서 법조계가 스스로 과오를 정리했어야 하는데 뒤늦은 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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