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기업인 중 한 명인 레이 이라니(78) 옥시덴탈 석유회사 회장이 주주들의 요구로 축출됐다. 주주가 권리를 찾기 위해 경영에 적극 개입하는 주주행동주의가 강화된 현실을 반영하는 사례라는 분석이 나온다.
4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전날 옥시덴탈 석유회사 연례 주주총회에서 이라니 회장은 주주 76%의 반대에 부딪쳐 재선임이 무산됐다. 이라니 회장은 30여년간 옥시덴탈 석유회사 경영진으로 재직해 왔으며 1990년부터 20여년간 최고경영자(CEO)를 지내다 2년 전 과도한 연봉이 문제가 돼 CEO 자리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이라니 회장은 최근 스티브 체이즌 현 CEO를 사임시키고 다시 CEO로 복귀하려다 주주들의 반발에 부닥쳤다. 이에 이사회는 내년 말까지 체이즌 CEO의 재임을 보장하고 CEO와 이사회 연봉 삭감, 향후 CEO 출신 인사의 회장 선임 금지를 약속해 사태를 수습했다.
WSJ는 "이라니 회장 재선임 무산은 최근 주주행동주의 흐름이 강화되며 주주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주주행동주의란 주주들이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경영진에게 기업 부실의 책임을 묻거나 경영 투명성 제고를 요구하는 등 기업 경영에 적극 개입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지난달 초에는 레이 레인 휴렛패커드(HP) 회장이 주주총회 재선임 반대율이 40%를 넘자 사임했다. 미국 2위 천연가스 생산업체인 체셔피크의 창업자이자 CEO였던 오브리 매클렌던도 사업 구조 전환 실패로 주주들의 비판을 받아 물러났다.
찰스 엘슨 델라웨어주립대 경영대 교수는 "옥시덴탈 석유회사의 규모와 평판을 고려할 때 이번 일은 놀랍다"고 평가했다. 옥시덴탈 석유회사는 미국 4위 에너지 기업이다. 이라니 회장이 연봉, 보너스, 스톡옵션 등 옥시텐탈에서 CEO로 재직하며 받은 총액은 11억달러(1조2,000억원) 이상으로 집계됐다. 그가 CEO로 재직하던 2010년에는 WSJ가 조사한 '지난 10년간 가장 높은 연봉을 받은 CEO' 중 3위에 올랐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