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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반값 등록금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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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반값 등록금의 경제학

입력
2013.05.05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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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부터 반값 등록금이 우리 사회의 큰 이슈가 되었다. 이런 영향 때문인지 몰라도 작년에는 전국 대학에서 5% 정도의 등록금 인하가 있었지만, 올해는 평균 0.4% 인하에 그쳤다. 사회적 관심과 기대에 비해 그 실적은 미미한 탓에 대학에 대한 사회의 비난이 거세다. 왜 이렇게 등록금 인하폭이 작은 걸까.

지난해 대통령 선거가 한창일 때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모두 반값 등록금 공약을 내세웠다. 민주당은 등록금 고지서에 나오는 명목등록금 자체를 반으로 줄이겠다고 하였고, 새누리당에서는 국가장학금을 확충하여 학부모의 실질부담을 반으로 줄이겠다는 안을 내놓았다.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었기 때문에 후자의 방식으로 해결이 기대됐지만, 그래도 명목등록금 인하에 대한 기대 역시 컸던 것이어서 결과는 상당히 실망스러운 것으로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정부 올해 교육예산에서 1조7,500억 원을 국가장학금으로 배정하여 학생들의 부담을 줄이고자 하고 있다. 국가장학금은 I유형과 II유형이 있는데, I유형은 저소득계층 학생들에게 일정 수준 성적과 같은 최저 조건만 갖추면 지급하는 장학금이고, II유형은 각 대학들이 자구노력을 할 때 그에 상응하여 해당 대학의 학생들에게 지급하는 장학금이다. 자구노력이라는 것은 '등록금 인하' 혹은 '여타 장학금 확충'과 같은 대학 자체의 노력을 말한다.

그런데 II유형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예컨대 등록금을 5% 정도 낮추면 그 액수에 해당하는 국가장학금을 그 대학 학생들이 받을 수 있게 되어 있다. 이 방법이 본래의 의도대로 잘 시행되면 학생들에게는 부담이 10% 경감하기 때문에 매우 효과적인 등록금부담 완화방법인 셈이다. 하지만 대학으로서는 예산이 5%만큼 감소하게 된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러한 구조 하에서는 대학들이 등록금을 인하하기 어렵다.

예산 감소 5%는 대학들로서는 매우 큰 금액이다. 예산의 상당부분이 교수 및 직원 인건비, 실험실습비 등 고정비로 지출되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이로 인해 각종 교육프로그램 운용비용이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다. 가령 학생 국제교류 프로그램 등 대학들이 의욕과 비전을 갖고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사업들이 큰 타격을 받는다. 반값 등록금 운동이 한창이었던 작년에는 대학들이 모든 것을 감수하고 5%를 인하했는데 그로 인한 어려움이 너무 큰 것을 경험한 바 있다. 그 결과 금년에는 대학들이 등록금 인하에 소극적이었고 결국 정부로서는 편성된 국가장학금 예산을 다 사용하지도 못하는 결과가 초래된 것이다.

또한 올해 국가장학금으로 예산을 추가 배정하였다면 이는 교육예산 내 다른 부분에서 그만큼 감소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작년에도 국가장학금 시행의 여파로 교육역량강화 사업 등 여러 부분에서 예산이 줄었으며, 이는 고스란히 대학교육의 질 저하로 나타날 수밖에 없었다. 대학들이 외부장학금을 확충하는 방법으로 자구노력을 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등록금 인하를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늘어나야 한다. 물론 이렇게 할 경우 국민의 부담이 증가한다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러나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은 평균적으로 국내총생산(GDP)의 1.1%에 해당하는 정부 예산을 대학교육 지원에 사용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는 0.6%만을 지출하고 있다. 이 때문에 1인당 대학교육비 수준이 OECD 국가 평균에 비해서 훨씬 낮고 결국 대학 교육 수준의 중요한 측정 지표인 교수-학생 비율이 OECD 평균 15명에 비해 두 배 가량이나 된다.

경제학에서는 공짜 점심은 없다고 한다. 교육비가 투자되지 않으면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 그리고 어떤 정책이 제대로 시행이 되려면 해당 주체에게 동기가 부여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국가장학금 정책도 대학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으로 시행되어야 효과가 나타난다. 반값 등록금의 문제는 등록금을 줄이되 동시에 교육관련 증세를 통해 정부의 지원을 최소한 OECD 평균수준으로 늘리는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오근엽 충남대 경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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