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전기자동차 생산업체인 코다홀딩스(코다오토모티브)가 지난 1일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코다는 지난 2009년 한번 충전으로 190㎞까지 주행할 수 있는 4도어 5인승 중형세단 전기차를 선보이며, 급부상했던 기업. 연간 판매 목표도 1만대 이상으로 잡았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전기차를 외면했고 지난해 판매 대수는 당초 목표의 100분의 1인 100여대에 그치면서 결국 법원 행을 택할 수 밖에 없었다.
사실 전기차가 비싼 것도 아니었다. 정부 지원금까지 포함하면 3만 달러 중반인 가격은 충분히 경쟁력을 갖추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패한 이유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가 보편화되려면 넓디넓은 미 전역에 전기차 배터리를 채울 수 있는 충전장치를 깔아 놓아야 하는데 그런 인프라가 없었던 게 문제”라고 평가했다.
자동차 왕국 미국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전기차가 과연 국내에선 성공할 수 있을까.
전기차 보편화의 시험무대가 될 ‘전기차 카 셰어링’서비스가 본격 시작된다. KT금호렌터카는 기아차가 만든 전기차 ‘레이’를 기반으로 한 카 셰어링 서비스를 8일부터 시작한다고 5일 밝혔다. 하루 단위로 빌려 타는 일반적인 렌터카와 달리, 시간당 요금을 내고 타는 차로 우선 180여대의 차량이 운행한다.
관건은 미국의 실패에서 입증됐듯 충전시설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 어디서나 5㎞ 간격으로 급속충전을 할 수 있도록 충전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라며 “다만 한 번 충전으로 갈 수 있는 거리가 100㎞ 정도여서 시내용으로만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간당 사용 비용은 6,000원 수준이고, 30분 가량 걸리는 급속 충전 비용도 1,000원 안팎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프랑스 파리시가 전기차 1,700여대로 카 셰어링 서비스를 펼치는 등 유럽 선진국들이 전기차 셰어링을 통해 교통혼잡은 물론 대기오면 문제까지 잡고 있다”며 “전기차는 당분간 이런 방식으로 확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전기차가 활성화되기엔 미국이나 유럽보다 우리나라가 훨씬 낫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미국은 땅이 너무 넓어서, 유럽은 전기료가 너무 비싸서 전기차 보편화에 근본적 한계를 갖고 있다는 것.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땅이 좁고 도로가 조밀하고 교통정체는 많은데다 전기료는 저렴해, 전기차가 달리기엔 좋은 조건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전기차는 계속 시장에 쏟아질 태세다. 기아차는 레이 외에 내년초 쏘울을 출시할 예정이고, 르노삼성과 한국GM은 각각 SM3 Z.E.와 스파크 EV를 오는 9~10월쯤 선보인다. 수입차중에선 BMW가 내년에 i3를, 폴크스바겐은 7세대 골프 기반의 블루이모션을 출시할 계획이다. 폴크스바겐은 한국을 전기차 전략지로 선정까지 해놓은 상태다.
문제는 가격과 충전시설이다. 기아 레이 전기차의 경우 출고가가 4,500만원대로 웬만한 고급세단을 능가하며, 수 백만원대 정부보조금을 감안해도 비싸다는 평가가 나온다. 게다가 아직 충전시설이 미비하며, 더구나 업체마다 충전방식의 표준화가 이뤄지지 않아 업체마다 충전장치를 설치해야 하는 비효율을 안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이 좀 더 내려가고, 충전방식의 호환성문제가 하루 빨리 해결돼 충전인프라가 갖춰져야 본격적인 전기차 대중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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