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위원회(KBO)는 매년 정규시즌 일정을 짜는 데 골머리를 앓는다. 최대한 많은 관중을 끌기 위한 스케줄을 짜면서 각 구단의 이동 거리 등을 안배한다. 하지만 구단들의 불만은 어김없이 나온다. 특정 구단에게만 유리하다는 볼멘 소리다. 9구단 체제인 올 시즌에 앞서 롯데가 유독 쉬는 팀과 많이 붙어 일정을 재편성하기까지 했다.
이런 KBO도 마음 편히 일정을 짜는 경기가 있다. 5월5일 어린이날, 두산과 LG의 '잠실 더비'다.
KBO 관계자는 "양 팀이 처음 어린이날 맞붙었을 때 관중들의 호응이 대단했다. 결국 이날만큼은 가급적 잠실 라이벌전이 열리도록 했다"고 밝혔다.
두산과 LG는 1996년부터 올해까지 17번이나 어린이날 라이벌 매치를 했다. 1997년과 2002년엔 사정상 각각 다른 팀들과 경기했을 뿐 5월5일은 '약속의 날'이었다. 때문에 선수들은 강한 정신력을 발휘하고 몸을 아끼지 않는다. 팀 순위와 상관 없이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가 이날이다. 어린이들의 기억 속에 오랫동안'잠실 맹주'로서 인정 받는 날이기 때문이다. 특히 양 팀은 2000년부터 작년까지 6승6패로 팽팽히 맞섰다.
승리를 위한 특별 보너스까지 걸려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흘러나오는 날. 6년 연속 만원관중(2만7,000석)이 들어 찬 경기에서 두산이 웃었다.
두산은 5일 잠실구장에서 찬스 때 터진 타선의 집중력을 앞세워 LG를 5-2 꺾었다. 이로써 주말 3연전을 위닝시리즈(2승1패)로 마감한 '잠실 곰'들은 시즌 16승1무9패로 3위 자리를 지켰다. 또 2011년부터 2년 연속 어린이날에 패했지만 3년 만에 설욕에 성공했다.
이날 승리로 두산은 통산 어린이날 라이벌 매치에서 10승7패로 우위를 점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7승6패로 앞서 갔다. 반면 LG는 6회초 선취점을 뽑고도 곧바로 이어진 6회말에서 3실점하며 13승14패, 시즌 처음으로 5할 승률 밑으로 떨어졌다.
포스트시즌을 방불케 하는 분위기 속에서 양 팀 선수들은 나란히 호수비를 펼쳤다. 두산 좌익수 김현수는 3회 무사 1루에서 1번 오지환의 큼지막한 타구를 담장에 부딪히면서 잡아냈다. LG 우익수 양영동은 4회 2사 1ㆍ2루에서 9번 손시헌의 빠른 타구를 20m 이상 전력 질주해 다이빙 캐치로 포구했다. 두 장면 모두 실점을 막아내는 그림 같은 수비였다.
선발들도 호투했다. LG 리즈는 최고 시속 158㎞의 빠른 직구를 앞세워 5.2이닝 4안타 2실점했다. 두산 노경은은 150㎞의 직구와 주무기인 포크볼, 슬라이더를 섞어 던지며 5.1이닝 3안타 1실점했다. 5회까지 양 팀 타선은 선발 투수의 호투에 눌려 1점도 뽑지 못했다.
하지만 집중력에서 승부가 갈렸다. 두산은 0-1로 뒤진 6회 2사 1루에서 7번 임재철의 좌전 안타, 8번 박세혁의 볼넷으로 만루 찬스를 잡았다. 이후 9번 손시헌이 볼카운트 1볼-1스트라이크에서 상대 구원 이동현의 3구째 공을 잡아 당겨 싹쓸이 3루타를 쳤다. 두산은 2-3으로 쫓긴 7회에도 2사 후 5번 오재원이 중견수 실책으로 3루까지 진루한 뒤 이원석의 3루 방면 강습 안타, 임재철의 볼넷, 박세혁의 우전 안타를 묶어 2점 더 달아났다. 1번 이종욱, 포수 양의지 등 주축 선수들이 빠진 상황에서 거둔 값진 승리였다.
목동에서는 KIA가 넥센과 장단 26안타를 주고 받은 난타전 끝에 13-9로 승리하고 3일 만에 단독 선두에 복귀했다. 넥센은 4연승 뒤 2연패. KIA 선발 소사는 5이닝 동안 8안타(2홈런) 4볼넷으로 무려 8실점을 하고도 화끈한 타선 지원 덕에 쑥스러운 시즌 4승째를 챙겼다. 넥센 4번 타자 박병호는 연타석 3점 홈런(시즌 8, 9호)을 포함해 1경기 개인 최다인 7타점을 올렸지만 팀 패배로 빛이 바랬다.
대전에서는 SK가 한화에 8-5로 승리를 거뒀다. 팔꿈치 통증을 털고 복귀한 박희수는 8회 마운드에 올라 1.1이닝을 깔끔하게 막고 첫 세이브를 수확했다. 삼성은 부산 사직구장에서 롯데를 6-1로 잡고 3연패 뒤 3연승을 달렸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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