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경찰청 소속 관현악단에서 집단 구타와 가혹행위가 발생해 가해 의경들이 검찰 수사를 받거나 무더기 징계를 받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그러나 해경청은 해양경찰의 날(9월10일) 행사때 연주할 관현악단 인원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징계처분을 받고 일선경찰서로 전출된 가해 의경들을 복귀시켜 논란이 되고 있다.
3일 해경청에 따르면 해경청 감찰팀은 지난 1월 관현악단 소속 A(26) 일경 등 의경 3명이 선임 16명으로부터 구타와 가혹행위를 당한 사실을 인지하고 자체 조사를 벌여 B상경 등 3명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나머지 13명은 내부 징계 처분했다. 가혹행위 연루 의경 16명 가운데 해경 관현악단 소속은 12명으로, 이들은 조사 과정에서 "후임들의 하극상과 기강 해이가 도를 넘어 (가혹행위를)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B상경 등 검찰에 송치된 3명은 검찰로부터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으나 해경청은 이들에게 영창 10일의 징계를 내렸다. 나머지 가해 의경 13명도 규율 교육대에서 교육을 받은 뒤 지난 2월부터 일선 경찰서에서 근무중이었다. 해경청은 가해 의경 가운데 전역자 등을 제외한 9명에 대해 3일 관현악단으로 복귀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30명 규모로 운영되던 해경 관현악단은 그동안 가해 의경 10여명이 빠져 정상적인 연주가 불가능했었다.
그러나 해경청의 이 같은 조치는 피해 의경과 가해 의경이 함께 근무하는 상황을 만들어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징계 처분 당시 해경청은 "의경 사이에 폭력행위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의지에 따라 망만 보는 등 구타와 가혹행위 가담 정도가 약한 의경들에게도 징계를 내렸고, 당시 전경관리계장 등 총경급 간부와 직원에게도 책임을 물어 징계 및 전출 처분했다"고 밝혔으나 이들의 귀대 조치로, 구타 근절 의지가 퇴색됐다는 지적이다.
해경청 고위 관계자는 "가해 의경들이 일선 경찰서로 전출되면서 관현악단 운영에 어려움이 많았고, 음대 전공자 출신인 의경들이 장기간 악기 연주를 못하는 것에 대한 피해를 호소해 이들을 부득이하게 귀대시킬 수 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환직기자 slamhj@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