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덕한 특권의식 가진 골칫덩이들
루소·맥아더·부시잡스도 이런 부류
'자기애성 인격장애'… 대부분 치료 거부
악역 필요로 하는 잘못된 기업문화
무한경쟁사회선 이들이 승자 되기 쉬워
"평범한 사람들, 골칫덩이 눈감지 말아야"
라면이 덜 끓여졌다며 대한항공 여승무원을 폭행한 포스코에너지 상무의 소동이 최근 이슈가 됐다. 결국 포스코의 기업문화 자체가 문제라며 정신을 차려야 한다는 경고와 내부 반성, 그 임원의 사표 제출로 사태는 진정 국면으로 다가섰지만 평범한 사람들의 피해의식을 건드린 그 소동은 한동안 사회를 뜨겁게 달궜다. 문제는 이번 소동이 비단 그 임원 개인의 오만방자한 태도의 문제일 뿐 아니라 언제라도 터질 수 있었던, 또는 그동안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던 우리 사회의 갑(甲)의 횡포라는 점이다.
상황이 어떻든 자신이 우선이라는 특권의식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는 기내 소동을 부린 임원처럼 부도덕한 특권의식을 가진 '골칫덩이'들의 실체를 파헤친 철학 보고서로 그들을 알고 대처하는 법까지를 말한다. 원제는 욕설이 들어간 'Assholes, A Theory', 그러니까 '꼴통 이론'쯤 되겠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어바인 캠퍼스의 철학 부교수인 저자는 일상에 영향을 끼치는 철학적 주제에 관해 관심을 가져오다 미국 사회에서 얌체짓을 하는 소위 꼴통들에 대한 연구를 하게 됐다고 한다.
저자가 말하는 골칫덩이의 예는 18세기 프랑스 사상가 장 자크 루소부터 트루먼 대통령 정부와 계속 갈등을 일으키다가 전격 해임된 맥아더 장군, 전쟁광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 이탈리아의 호색한 총리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등 다양하다. 자신은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훌륭한 기계를 만든 사람이므로 장애인 주차 구역에 차를 세우거나 남에게 독설을 퍼부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는 전 애플 최고경영자 스티브 잡스도 골칫덩이에 속한다.
골칫덩이는 동기 교정을 찾을 수 없어서 아무리 많은 반성을 거쳐도 자신은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점을 끝까지 확신한다. 때문에 특권의식을 버리지 못한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자기애성 인격장애'로 부르는데, 대개 치료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고 한다. 예컨대 치료사가 '기분이 어떠세요'라고 물으면 이들은 '마땅히 받아야 할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대답할 정도로 중증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특히 기업 중역 회의실에 이런 골칫덩이들이 흔하다며 잘못된 기업 문화를 꼬집는다. 결정적인 반대 의견을 펼치고 누군가의 감정을 상하게 해도 그룹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평가를 듣기 때문에 독선이 점점 심해진다는 것이다. 힘을 행사하는 데 기쁨을 느끼기라도 하듯 대량 해고를 일삼고 투자자들이 쌓아 놓은 보상을 즐기는 사이코패스 같은 이들 또한 섞여 있기 마련인데, 기업은 악역을 자처하는 이들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비호하고 높은 자리까지 올려 놓는다.
그렇다면 이처럼 무례하고 잘난 체 하는 안하무인 인사를 맞닥뜨렸을 때 양심적이고 평범한 사람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저자는 '나는 특별하니까 이쯤은 해도 된다'고 믿는, 한 대 때려주고 싶은 이들에게 분노하고 그들의 부도덕한 특권의식을 분명하게 지적하라고 말한다. 특권의식이 전염병처럼 퍼질 경우 더 끔찍한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에 양심적인 사람들이 최소한의 방어선을 형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협력하는 삶이 주는 특전을 누릴 도덕적 권리가 없음에도 자본주의가 옹호하는 특권에 따라 자신은 손해 보는 것 없이 무임승차하며, 다른 사람이 부담할 비용은 신경쓰지 않고 자신이 취할 이득만 챙기는 이들을 어떤 식으로든 제지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골칫덩이들은 사회에 내재된 갈등 요인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이용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무한경쟁체제에서는 결국 이들이 승자가 되는 비극적인 상황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사회의 공정성을 회복하고, 도덕성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이 책은 말한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