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라이선스 보유업체인 월트디즈니가 방글라데시의 자사 브랜드 제품 생산을 모두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24일 의류 공장 붕괴 사고 이후 국제사회가 노동 환경 개선을 촉구하고 서구의 원청 업체들이 철수를 결정하면서 방글라데시 경제가 큰 타격을 입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디즈니는 지난해부터 고위험군 지정 국가에서 안전사고가 잇따르자 제품 생산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파키스탄 의류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262명이 사망하고 지난해 11월에는 방글라데시의 타즈란 의류 공장에서 불이 나 112명이 희생된 가운데 지난달 24일 방글라데시 의류 공장 붕괴 사고로 500명 이상이 사망하자 내년 4월까지 방글라데시, 에콰도르, 베네수엘라, 벨라루스, 파키스탄 등 고위험군 지정 국가에서 제품 생산 중단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디즈니 외에 미국의 소매 유통업체 타겟과 스포츠브랜드 나이키도 방글라데시의 생산 공장을 줄일 계획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서구 원청 업체들이 이번 방글라데시 의류공장 참사와 내년 방글라데시 선거를 앞두고 시위 및 파업이 지속되자 부담감을 느껴 공장 철수 혹은 생산 축소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원청 업체들의 이탈로 방글라데시 경제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방글라데시의 의류 수출은 이 나라 전체 수출의 약 80%(연 180억달러)를 차지한다. 의류 제조 노동자와 그 가족이 1,400만명에 달한다. 잇단 안전사고로 방글라데시의 의류 제조업은 상당히 위축된 상태이며 대신 인도, 캄보디아, 베트남 등 인근 국가가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노동조건 개선을 약속하는 등 뒤늦게 사태 해결에 나서고 있다. 셰이크 하시나 방글라데시 총리는 CNN방송 인터뷰에서 “공장 건물과 노동자들의 안전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정부위원회를 꾸렸다”며 “일부 악재가 전체 산업과 국가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져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의류 제조업 노동자의 월급은 중국이 150달러, 인도네시아가 140달러에 이르지만 방글라데시는 40달러에 불과하다. 샌더 레빈 미국 하원의원은 “의류 제조업은 방글라데시 국민의 목숨 줄과 같다”면서 “원청 업체의 철수가 그들의 일자리를 없애고 더 힘겨운 상황으로 내몰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업체는 방글라데시 노동 환경 개선에 좀 더 노력하기로 했다. 방글라데시에서 의류를 수입하는 캐나다의 로브로사는 엄격한 공장 관리 기준을 마련했으며 의류업체 갭은 방글라데시 공장 안전 대책을 위해 2,200만달러를 투입했다. 뉴욕타임스는 방글라데시 의류공장의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향후 5년간 매년 6억달러씩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보도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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