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 가장 어두운 곳에서 희망을 길어 올리는 이야기다. 캐나다 작가가 쓴 이 청소년 소설은 인도 북동부 탄전 마을 자리아를 배경으로 한다. 100년 전, 채굴을 위해 폭파하면서 석탄층에 불이 붙은 자리아는 갈라진 땅의 틈새로 유황가스가 일상적으로 피어 오르는 곳으로 넝마주이들이 석탄 부스러기를 주워다 파는 가난한 이들의 땅이다.
굶주림에 시달리던 열세 살 발리는 그곳의 이모집에서 갖은 구박을 받으며 자라다 어느날 자신이 기댈 곳 하나 없는 고아라는 사실을 깨닫고 탈출을 감행한다. 마을에 온 석탄 트럭을 무작정 올라 타고 가 닿은 곳은 대도시 콜카타. 맨발로 도시를 떠도는 고아 소녀가 할 일이라고는 구걸하거나 훔치는 일 밖에 없다. 길에서 만난 사람들의 도움으로 슬픔을 잊고 자립할 수 있는 용기를 얻지만, 곧 한센병에 걸린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발리는 자애로운 강인 갠지스에서 인드라라는 의사를 만난 후 한센인들의 무리에 들어가 그들을 새로운 가족으로 받아들인다.
소설은 마음 붙일 데 없었던 불쌍한 소녀가 결국 불치병에 걸리고 나서야 새로운 삶을 찾는다는 내용이지만 작가는 씁쓸하게만 그리지 않았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떠나 온 고향을 떠올리며 자신을 구박했던 그들에게도 언젠가 인정을 베풀 날이 오겠지 하며 마음을 여는 발리는 어쩐지 전보다 여유로워진 듯하다. 암울한 상황에서도 '오늘 밤이 지나면, 또 어떤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하고 묻는 주인공은 현실에 짓눌려 어깨가 쳐진 아이들을 위로한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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