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스님(1912~1993)이 조계종 6대 종정으로 취임한 뒤 친필로 작성한 유일한 유시(諭示ㆍ종정의 가르침을 알리는 문서ㆍ사진)가 도난당한 지 18년 만에 제자리로 돌아왔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성철 스님의 유시를 훔친 사진사 이모(57)씨와 유시가 장물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사들인 경매회사 운영자 공모(65)씨를 각각 절도와 장물취득 혐의로 입건했다고 2일 밝혔다. 경찰은 공소시효(5년)가 만료된 이씨를 기소하지 못했고, 공씨는 불구속 기소했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 종로구의 한 스튜디오의 보조작가로 근무하던 이씨는 1995년 1월 성철스님 관련 책자를 발행하기 위한 유품 촬영 작업에 참여하면서 유시를 몰래 빼돌렸다. 이씨는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받지 않을 것으로 판단, 보관해오던 유시를 지난해 1월 서울 종로구의 한 미술품 경매회사 운영자인 공씨에게 1,000만원에 팔아 넘겼다. 이 유시는 지난해 3월 경매에서 2,100만원에 낙찰됐다.
1981년 1월 조계종 종정으로 취임한 성철스님이 같은 해 8월 벌어진 불국사와 월정사 주지 임명 과정에서 다툼을 타이르며 쓴 이 유시는'계율을 지키되 맑고 깨끗하며 서로 화목하게 어울리고 공경하고 사랑하며 부처님 가르침대로 모든 생명을 이롭게 하라'는 내용이다. 성철스님의 유시는 2점이 작성됐는데, 조계종 총무원에서 보관하던 1점이 분실돼 현재이번에 회수한 것이 유일하다.
김경준기자 ultrakj7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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