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 기준금리 방정식이 복잡해졌다. 외형상 최근 몇 달을 보면 정부ㆍ여당의 금리인하 압박에 한국은행이 '경기 회복세' 논리로 맞서며 대립각을 세웠던 형국이다. 최근 한은이 드러낸 시각 역시 당분간 금리인하는 없다는 쪽에 가까웠다.
하지만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 내부에서 인하론이 급격히 세를 불리고 있어 이달 금리 결론은 예단하기 어렵게 됐다. 금통위원 하나하나의 생각이 어떤 결론으로 모아질 지, 그야말로 투표함을 열어봐야 알 수 있으리라는 전망이다.
금통위 '내분'의 의미
이번 주(4월 30일) 공개된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지난달 금리동결 결정은 7명의 금통위원 중 불과 4명의 찬성으로 결정됐다. 올해 1~3월 내내 6대 1로 금리동결이 결정된 것과 비교하면 인하론자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금통위 구성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이는 적지 않은 의미를 갖는다. 통상 한은의 금리를 총재가 결정하는 것처럼 표현하는 것은 총재가 움직일 수 있는 표가 기본적으로 3표나 되기 때문이다. 당연직인 부총재는 총재와 같은 한은 집행부이고, 한은이 추천한 금통위원도 대개 의견을 같이 한다. 때문에 여기에 1명의 금통위원만 동조해도 금리는 총재가 의도한대로 결정될 수 있다.
하지만 지난달에는 총재로 대표되는 한은의 의견(동결)에 반대(인하)한 위원이 3명이나 됐다. 총재와 부총재, 한은 추천 위원을 한 데 묶는다면 나머지 4명 가운데 3명이 반대 입장에 선 셈. 지난달 금리가 겉으로는 동결이었지만 내용 면에선 한은이 사실상 '소수파'였다는 얘기다.
비슷한 통계, 다른 시각
동결과 인하 의견을 가른 것은 향후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 차이'였다. 익명으로 표시된 7명 위원들의 발언록을 보면 모두 한은의 경제전망에는 동의하고 있다. '국내외 경제가 여러 불안요인에도 불구, 미약하나마 회복세에 있다'는 판단이다.
이를 두고 동결론 측은 ▦경기 흐름이 당초 예상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물가가 하반기로 갈수록 오를 우려가 높으며 ▦지난해 금리인하와 최근 추경 효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는 만큼 당장 금리인하보다는 총액한도대출 같은 신용정책을 쓰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반대로 인하론 쪽은 ▦물가가 상당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고 ▦국내외 경기불안 위험이 커질 가능성이 높으며 ▦북한리스크ㆍ엔저 타격 등도 우려되니 정부 정책과의 시너지 효과 극대화를 위해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차이는 최근 경기상황을 둘러싼 한은과 정부의 시각차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처럼 두 의견이 3대 3으로 팽팽히 맞서자 김중수 총재로 추정되는 금통위원은 "중앙은행에게는 물가가 가장 중요하고 이는 미래 상황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며 "최근 성장률이 우리 경제의 잠재 수준보다 낮지 않은데다 선진국의 양적완화에 종료 움직임이 포착되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달에는 금리 동결을 주장하지만 매달 결정에는 유연성도 갖춰야 한다"는 의미심장한 말도 남겼다.
복잡해진 금리 시나리오
시장의 관심은 다음주(9일) 열리는 금통위 회의에서 이 같은 의견 구도에 변화가 있을지에 모아진다. 지난 한 달 간 국내외 경제에 흐름을 바꿀만한 대형 사건이 없었다는 점에서 지난달 인하로 의견을 바꾼 2명의 위원이 한 달 만에 또 다른 입장을 취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한은 집행부 역시 최근 지속적으로 양적완화의 부작용 등을 강조한 점으로 미뤄 동결 의지가 여전한 것으로 비친다. 만약 이달에도 4대 3 동결이 결정된다면 사상 처음 두 달 연속 한 표 차의 아슬아슬한 금리 결정이 되는 셈이고, 이는 한은에게도 큰 부담이다.
물론 다른 변수도 있다. 지난달 금통위 당시에는 집계되지 않았던 3월 실물경제 지표(산업활동동향)가 예상보다 상당히 저조했던 점, 4월 소비자물가(1.2% 상승)가 6개월 연속 1%대로 낮은 수준을 유지한 점은 금통위원의 판단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금리 판단은 매달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김 총재의 평소 원론에 기대 한은 측 위원들(3명)이 의견을 바꿀 경우, 의외로 6대 1의 인하 결정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의사록 공개 이후 처음 열린 2일 채권시장은 국고채 금리를 0.04~0.05%포인트씩 크게 낮추며 당장 이달 금리인하 가능성에 베팅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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