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호주 공무원이 한국과 호주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관련 비밀 정보를 한국 국가정보원 직원들에게 유출한 혐의로 해고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해당 공무원은 해고 조치에 불복해 소송 중이다.
2일 호주 일간 시드니모닝헤럴드에 따르면 호주 농림수산부 산하 농업자원경제과학국(ABARES)에서 근무하던 김연 박사가 캔버라 주재 한국대사관에 파견된 국정원 직원들을 여러 차례 만나 정보를 넘긴 혐의로 2011년 9월 해고됐다. 호주안보정보국(ASIO)은 양측의 접촉 사실을 2010년 인지해 조사한 뒤 "김씨가 양국 무역협상에 관한 민감한 정보를 빼내려는 국정원에 협력하면서 보고 의무를 위반해 호주 정부에 위협을 가했다"며 해고를 건의했다. 김씨와 접촉한 국정원 직원들에 대해서도 "호주의 국익을 해치는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고 결론 냈지만 추방하지는 않았다.
김씨는 호주국립대를 졸업한 뒤 호주 연방정부에서 근무해온 농산물 무역 전문가로, 2009년 12월 3차 한국ㆍ호주 FTA 협상에 참가했으며 ABARES가 발행한 한국 소고기 시장 보고서의 책임 작성자이기도 하다. 한국ㆍ호주 FTA 협상은 2009년 5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다섯 차례 진행된 뒤 중단된 상태다.
김씨는 해고가 부당하다며 행정법원에 행정심판을 청구했다가 지난해 8월 기각되자 연방법원에 항소했다. 사교적인 만남이었고 대화 내용도 이미 알려진 정보에 한정됐다는 것이 김씨의 주장이다. ASIO는 한국 측의 요청과 양국 관계에 미칠 악영향을 들어 사건 조사 내용을 비밀에 부쳤지만 연방법원은 김씨 측의 요구를 받아들여 이번에 공개를 명령했다. 공개 내용에는 현지 대사관에 파견된 국정원 직원 4명의 실명도 포함됐다.
봅 카 호주 외무장관은 정보 관련 사안이라며 언급을 거절하면서 "한국은 호주의 최대 수출시장이자 무역국의 하나로 이번 일로 인해 양국 관계가 훼손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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