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기존 건물 살리면서 주거 환경 개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기존 건물 살리면서 주거 환경 개선”

입력
2013.05.02 16:32
0 0

2일 서울 성북구 삼선동 '장수마을'. 서울에 남아있는 마지막 '산동네' 가운데 하나인 이 곳은 서울성곽(한양도성)을 따라 이어진 경사지에 1,2층 높이 주택들이 다닥다닥 들어서있다. 25년 이상 된 주택이 대부분이라 마치 시간을 거슬러 1980년대 서울의 골목길로 들어선 듯한 착각까지 든다. 평일에도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좁은 골목길을 누비며 마을을 둘러보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바로 옆 이화동 마을에 그려진 '날개 벽화'가 몇 해 전 방송사 예능프로그램에 소개 된 이후 특히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다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대학원생 김강배(28)씨는 "이곳에 오면 이웃 간의 정처럼 사라져 가는 가치를 느낄 수 있어 포근해진다"며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서울시는 2일 성북구 삼선동1가 300번지 일대 1만8,414㎡(장수마을)에 대한 재개발 구역 지정을 해제하고, 지난해 5월부터 10개월간 주민과 전문가가 함께 만들어온 '주민참여형 재생사업' 계획안을 열람ㆍ공고한다고 밝혔다. 주민참여형 재생사업은 기존의 '전면철거 후 재개발' 방식과 달리 기존 건축물을 최대한 살려 마을 고유의 역사성과 환경을 보존하면서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방식이다.

이런 개발 방식에 따라 장수마을에는 도시가스가 새로 들어오는 등 기반시설 정비가 이뤄지고, 주민들의 생활상을 담은 마을 생활사박물관도 만들어진다.

계획안에 따르면 장수마을의 역사성을 고려해 지역 주민들의 삶의 자취, 이웃 간의 정, 옛날 추억 등을 담은 사진이나 이야기를 전시하는 마을생활사 박물관이 조성된다. 시는 노후ㆍ불량 주택을 개량하는데 재정적으로 지원하고, 한양도성 경관과 마을 풍경이 조화될 수 있도록 디자인할 계획이다. 주택을 수리하는 동안 주민들이 머물 수 있는 '두레주택'도 시가 마련한다. 주민 생활편의를 위해 도시가스와 하수관거 등 기반시설을도 정비하고, 범죄 예방을 위한 폐쇄회로(CC)TV와 보안등을 설치해 주거안정화를 돕는다.

이 지역은 전체 주택의 95%가 25년 이상 된 노후주택인데다 도시가스도 안 들어올 정도로 기반시설이 열악해 지난 2004년 노후건물을 전면 철거하는 방식의 재개발이 결정됐다. 그러나 서울성곽과 인접해있는데다 문화재인 삼군부총무당 등이 있어 사업추진에 어려움을 겪었고, 2008년부터 주민들이 재개발 대신 '자생적 마을가꾸기' 사업을 추진해 왔다. 마을이 근ㆍ현대 서울의 주거문화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 보존 필요성에 대한 요구가 컸던 것도 이 같은 결정의 배경이 됐다.

이건기 서울시 주택정책실장은 "장수마을은 행정주도의 재개발이 아닌 주민중심의 마을재생 우수사례로 다른 정비구역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