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일류 기업 삼성전자에서 삼류 기업에서나 일어날 법한 불산 누출 사고가 3개월만에 또다시 발생했다. 삼성전자는 1월 불산 누출 사고와 관련, 최근 안전관리 종합대책까지 발표했지만 똑같은 사고가 발생함으로써 재발 방지 약속이 헛구호였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특히 1월 사고 당시 사고 발생 하루가 지난 뒤 당국에 신고해 비판을 받았던 삼성전자가 이번에도 사고 발생 3시간여가 지나서야 신고해 '뒷북 보고'라는 따가운 눈총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경기 화성시 반월동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11라인 중앙화학물질공급장치(CCSS) 탱크룸에서 사고가 발생한 것은 2일 오전 11시 30분께. 불산 희석액 공급배관을 철거하는 작업 중 불산액이 소량 누출되면서 협력업체 성도ENG 직원 최모(46)씨 등 3명이 다쳤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 사고로 CCSS룸 내부 불산 AㆍB탱크 중 B탱크에 대해 사용중지 명령이 내려지자 이를 대체할 C탱크를 설치한 뒤 기존 배관을 연결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작업자들은 내산 장갑과 고글, 마스크, 방제복 등을 착용하고 있었지만 내산 장화는 신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1월 사고 때도 작업자들이 방제복을 입지 않고 마스크만 쓴 채 작업을 하다 참사를 당한 바 있어 삼성전자 측의 안전불감증이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준다.
늑장 신고 역시 또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1월 사고 발생 후 25시간 만에 당국에 신고한 삼성전자는 이번에도 사고 발생 3시간여 뒤에야 신고했다. 또 직원들에게는 사고 사실을 알리지도 않았다. 회사 측은 사고 발생 3시간 동안 외부에 사고 사실을 알리지 않다가 오후 2시40분쯤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에 보고를 했다. 경기도는 오후 3시 5분쯤 고용노동부의 연락을 받고 사고 사실을 파악한 뒤 한강유역환경청, 환경부, 소방서, 경기경찰청 등에 상황을 통보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사고가 경미해 신고 대상도 아니었지만 지난번 사고도 있고 해서 당국에 알린 것"이라며 "신고가 3시간여 지체된 것은 내부에서 현장 상황을 파악하고 초동 조치를 취하느라 그렇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인근 통탄신도시 주민들은 3개월만에 두차례나 불산 누출 사고가 발생하자 불안에 떨고 있다. 삼성전자 불산 누출 주민대책위 관계자는 "세계 일류 기업에서, 그것도 같은 곳에서 3개월만에 불산이 2차례나 누출됐다는 것은 위험물질을 얼마나 허술하게 관리하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며 "몇일 전 지역 주민과 쌍방향 소통을 위해 협의회까지 구성했는데 이런 노력이 모두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고 비난했다.
한편 사고 직후 경기도가 사업장 주변에서 오염도를 간이측정한 결과 불산은 0.0ppm 수준으로 검출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조사는 삼성전자가 보유한 간이측정장비로 검사한 결과여서 도는 국립환경과학원에 불산누출 정밀조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작업자들의 안전수칙 준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CCTV를 분석하는 한편 환경부, 노동부 등과 함께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할 방침이다.
화성=김기중기자 k2j@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