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이 자국에서 활동하는 미국의 대외 원조기관인 국무부 산하 국제개발처(USAID)에게 "정부 전복음모을 지원하고 있다"고 추방 명령을 내렸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1일 수도 라파스에서 열린 노동절 기념식에 참석, "USAID는 사회적 목적이 아닌 정치적 목적으로 볼리비아에 있다"며 "볼리비아의 지도층을 조작하고 이용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AP통신은 "왜 USAID가 볼리비아의 내정에 간섭했다고 생각하는 지에 대한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USAID는 1961년 제정된 미국의 해외원조법에 따라 설립된 독립 행정기관으로 국무장관의 지침을 받아 세계 각국의 경제개발과 인도주의적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해왔다. 64년부터 볼리비아의 보건, 지속 가능한 발전, 환경보호 프로그램을 지원해왔다.
그는 지난달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중남미를 '미국의 뒤뜰'이라고 지칭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USAID를 쫓아낼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케리 장관의 발언이 중남미 좌파블록인 베네수엘라 에콰도르 볼리비아 등이 속한 '미주를 위한 볼리바르 동맹'(ALBA) 회원국 등을 자극했다는 것이다.
패트릭 벤트렐 국무부 부대변인은 "미국은 볼리비아 내정에 간섭하지 않았으며 볼리비아 정부의 USAID 추방 결정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USAID로부터 교육 농업 보건 등의 지원을 받아왔던 볼리비아 국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남미의 대표적인 강경좌파 인사로서 2006년 집권한 이래 반미노선을 고수해 왔다. 2008년에도 미국 정부가 보수우파 야권의 정부 전복 음모를 지원한다는 이유로 라파스 주재 미국 대사와 미국 마약단속국(DEA) 요원들을 추방했다. 이에 맞서 미국 정부도 워싱턴 주재 볼리비아 대사를 추방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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