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역사상 처음 임명된 흑인 장관을 비방하는 극우세력의 소행으로 이탈리아가 들썩이고 있다. 당국은 아프리카 콩고 출신의 세실 키안주 국민통합 장관을 '콩고 원숭이'등으로 비유한 글이 게재된 극우성향 웹사이트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1일 국민통합 장관에 임명된 키안주 하원의원은 이탈리아의 첫 흑인 장관이자 레타 총리 내각이 이끄는 여성장관 7명 가운데 한 명이다. 중도좌파 성향의 그는 2월 총선에서 하원의원에 당선됐다.
지난달 28일 좌우파와 중도파가 대연정을 이룬 레타 내각은 총선 과정에서 불거진 국민분열을 봉합하기 위한 조치로 콩고 출신 여성을 장관에 전격 임명했다. 그러나 장관 임명 직후 우파 성향의 웹사이트를 중심으로 인종차별적 비방이 쏟아지고 있다. 웹사이트에서는 키안주 장관을 남아프리카 지역 전통부족인 줄루족 등으로 비방하고 있다.
특히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 내각에 참여했던 우파 성향 북부동맹 정치인들이 키안주 장관 비방 대열에 가세하면서 정계로까지 인종차별 논란이 번졌다. 북부동맹 소속의 마리오 보르겐지오 유럽의회 의원은 1일 인터뷰에서 "키안주 장관이 콩고의 부족 전통을 이탈리아에 강요할 것"이라며 공개적인 인종차별 발언을 했다.
AFP통신은 "이탈리아가 영국 독일 프랑스 등 다른 서방국들보다 이민자 수용 역사가 짧다"며 지적했다. 1980년대부터 동유럽과 아프리카 출신 이민자를 본격적으로 받아들인 이탈리아의 거주 외국인은 전체 인구 5,800만명(2010년 기준)의 7.5% 정도다. 키안주 장관 역시 30년 전인 1983년 이탈리아로 유학 와 안과의사가 됐으며, 현재 이탈리아인 남편과 두 자녀를 두고 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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