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구어체(speech)의 말 속도는 라디오 방송의 내레이션이 1분당 160단어(wpm)이고 대화체는 이보다 빨라 210단어다. 우리에게 익숙한 TOEFL이나 TOEIC의 청취 부분 말 속도는 150단어 미만으로 방송의 내레이션보다 비교적 느린 발음인 것을 알 수 있다. 청취 수험자라면 원문의 말 속도에 민감해지기 쉽지만 여기에는 오해와 선입견이 있다.
전화기를 발명한 Alexander Graham Bell은 'The Mechanisms of Speech'(1915)라는 책의 15쪽에서 구어체의 특징을 요약했다. '보통 사람들은 음성학이나 발성에 대해 전혀 아는 것이 없는데 상대가 완벽한 발음으로 천천히 발음하면 오히려 알아듣기 어렵지만 발음과 리듬이 자연스럽기만 하다면 대충 얼버무려도 이해를 잘 하게 된다.'(Ordinary people who know nothing of phonetics or elocution have difficulties in understanding slow speech composed of perfect sounds, while they have no difficulty in comprehending an imperfect gabble if only the accent and rhythm are natural.)고 했다. 언어학자들이 70~80년 후에 밝힌 내용을 일찌감치 간파한 내용이다. 청취에서 말의 속도가 핵심도 장애요인도 되지 않는다는 것은 그 이후 일관되게 주장되어 온 것이다.
문장체가 다단계의 복합 구조를 띠는데 반해 구어체는 직선적 구조를 띠고 즉흥적이다. 이 과정에서 멈칫거림이나 더듬는 말 혹은 반복이 많아지는 대신 말의 내용은 문맥과 개인에 중점을 둔다. 구어체는 소리를 통해 전달되기 때문에 특정 표현이 빈번하게 쓰이며 단어와 어구의 발음이 개입되고 축약과 변음이 많고 음절 중심(syllable timed rhythm)보다는 강세 중심 리듬(stress-timed rhythm)이 주를 이룬다. 우리말도 그렇고 스페인어, 이태리어 등은 영어 원어민들이 듣기엔 빠르다고 하는 이유도 영어의 강세 중심 리듬과 정반대이기 때문이고 한국인에게 영어가 빠르게 들리는 이유는 영어가 강세 중심의 리듬 언어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소리 언어의 접근과 학습이야말로 독해나 입시 영어의 문장체 학습과 근본적으로 달라야 함을 말해준다. 원어민은 말뜻을 알아듣기 위해 청취를 하지만 외국인으로서 영어를 하는 우리 입장에서는 학습을 위해 청취를 하는 점이 다르다. 바로 이 사실이 청취 학습법이 달라져야 함을 강조한다. 그럼 다음 주에 이어서 살펴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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