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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 급성요통에도 효과"… 국제학계서 '따끔한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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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 급성요통에도 효과"… 국제학계서 '따끔한 반란'

입력
2013.05.02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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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한방에서 척추관절질환 치료에 쓰이는 특정 침술이 급성요통에 임상적으로 효과가 있다는 연구논문이 유명 국제학술지에 실렸다. 침 치료는 만성요통과 두통, 무릎관절염에만 효과가 있고, 급성요통엔 효과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여겨온 국제학계의 통념을 뒤집는 결과다. 더구나 서양의학 분야의 권위 있는 학술지가 이 논문을 실었다는 점에서 한의학계는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기존 침술과는 다른'동작침법'을 개발해 연구를 주도한 신준식(61) 자생한방병원 이사장을 지난달 말 서울 강남구 신사동 자생한방병원 본원에서 만났다.

-이번 임상연구의 의미는.

"제대로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아파 들것이나 휠체어에 응급으로 실려온 급성요통 환자 58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은 동작침법으로, 다른 한 그룹은 진통제로 치료했다. 30분 뒤 동작침 치료를 받은 그룹이 진통제를 맞은 그룹보다 허리 통증이 5배 이상 줄었다. 이후 환자가 원하는 치료를 계속한 6개월 동안 진통제 그룹에선 27명이 입원한 데 비해 동작침 그룹에선 19명만 입원이 필요했다. 입원 기간도 동작침 그룹이 약 13일로 진통제 그룹(약 18일)보다 짧았다. 침 치료가 보편적인 서양의학 치료보다 나은 효과를 보인 것이다."

- 동작침이 기존 침술과 다른 점은.

"일반적인 침은 놓고 나서 대개 환자가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나 동작침은 침을 놓은 뒤 통증 부위를 움직이게 해 근육과 인대 등 손상된 조직을 활성화시켜 자생력을 키워준다. 통증 관련 부위에 침을 꽂은 채 한의사들의 부축을 받으며 조금씩 걷거나 일어서는 등 몸을 움직이다 보면 환자가 통증이 줄어드는 것을 느끼고 스스로 움직일 수 있게 된다. 침을 놓을 때 강도에 변화를 줘가며 여러 번에 걸쳐 꽂아 넣는 방식도 보통 침술과 다른 점이다. 물론 동작침 한 번으로 통증이나 디스크가 완치되는 건 아니다. 급성 통증을 경감시키고, 이후 진행될 치료에 가장 적합한 몸 상태를 만들어준다는데 의미가 있다."

- 국제학계의 반응은.

"이번 논문이 실린 '페인(Pain)'은 통증의학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 받는 학술지로 양의들도 논문을 싣기 쉽지 않을 만큼 심사가 까다롭다. 실제로 확연한 효과 차이를 입증하기 위해 심사 과정에서 동영상을 비롯한 검증자료들을 추가로 제출해야 했다. 지난해 '페인'은 침의 효과가 급성요통에선 위약과 유사했을 뿐 의학적으로 의미 없다는 스페인 연구진의 논문을 실은 적이 있다. 이번 논문 게재 결정은 '페인'지 스스로 정반대의 결과를 인정했다는 의미다. 침을 비롯한 한의학에 대한 국제학계의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 어떤 과정을 거쳐 치료되는지 밝혀졌나.

"의학의 목적은 병을 고치는 것이다. 메커니즘이 알려지지 않았다고 해서 효과가 분명한 치료를 외면하선 안 된다. 한방의 특정 치료법이 구체적으로 어떤 메커니즘으로 작용하는지 밝혀지려면 먼저 서양의학자나 과학자들이 한방의 연구논문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실제로 우리 병원은 미국 미시간주립대 연구진과 함께 동작침 치료를 받기 전과 후 환자들의 혈액을 채취해 어떤 변화가 있는지 확인하는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 이번 연구가 한의학계에 미칠 영향은.

"직접 만든 한약을 만병통치약처럼 쓰는 한의원이 여전히 적지 않다. 이제 한방도 서양의학처럼 척추관절, 위장관, 부인병, 아토피피부염 등 세부 분야로 나뉘어 전문화해야 한다. 그래야 경험과 임상 및 통계 자료도 쌓일 것이다. 국제학술지 논문을 준비하려면 한방의 효과를 자기공명영상(MRI) 등 첨단 검사장비로 확인하는 등 양방과의 협진도 필요하다. 척추관절 전문 한의사들과 영상의학 전문의들이 협진하며 많은 임상사례를 모아 논문으로 국제학계의 인정을 받은 이번 사례가 한방 전문화의 좋은 모델이라고 본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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