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추가경정예산안 처리가 대책 없이 표류하고 있다. 여야가 합의한 4월 임시국회 처리도 어려워졌다. 국회 예결위 계수조정소위는 1일에 이어 어제도 추경안 심의를 시도했지만 회의 자체가 또 다시 무산됐다. 민주당이 추경에 따른 재정 건전성 악화 대책으로 증세방안을 요구하면서 회의를 거부하고, 새누리당이 반발하면서 날 선 공방만 벌이는 상황이 됐다. 여야는 따로 '원포인트 국회'라도 열어 추경안을 조속히 처리하겠다지만, 시급한 경기활성화 조치를 두고도 판박이처럼 되풀이 되는 여야의 샅바싸움은 답답하기 짝이 없다.
추경 편성에 대한 초당적 공감에도 불구하고 정작 국회 심사는 처음부터 난항을 이어왔다. 여야는 당초 추경안 심사를 위해 11개 상임위를 모두 가동해 4월 말까지 1차 심사를 끝내고 늦어도 5월 초엔 심사를 매듭짓기로 했다. 하지만 기획재정위를 비롯한 대부분 상임위에선 다른 현안에 밀려 일정대로 심사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결국 예결위 전체회의와 계수조정소위는 일부 상임위가 심사조차 끝내지 못한 상태에서 편법 심사에 들어가야 했다.
상임위와 예결위 심사 과정에서 여야 의원들의 지역 민원성 사업예산 끼워넣기도 경쟁적으로 되풀이 됐다. 물론 이런 '쪽지 예산' 행태는 지역구 의원들에겐 불가피한 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국토교통위 등 4개 상임위에서만 쪽지 예산 때문에 당초 편성안보다 4,000억원이나 증액된 안이 나온 건 아무래도 본말이 전도됐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재정건전성 대책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임은 맞다. 하지만 증세문제는 이미 여야 합의로 기재위 등에서 논의키로 한 만큼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다고 본다. 새누리당 역시 경제민주화법안이나 지역예산 증액 등 민주당의 다른 정치적 요구에 대해 좀 더 열린 자세로 임하는 게 옳다. 통상 추경 처리가 5월 중순에 이루어졌던 만큼 아직 시간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경기활성화를 위한 정치권의 신속한 대응이 경제심리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여야는 순조로운 추경 처리를 위해 정치력을 모아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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