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한국에서 치러질 예정이었던 미국 대학입학자격시험(SAT)이 갑자기 취소됐다. SAT를 주관하는 미국의 비영리회사 칼리지보드는 "한국의 일부 학생들에게 시험문제가 유출된 사실이 확인돼 시험을 취소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SAT시험이 전격 취소되면서 응시생들은 혼란에 빠졌다. 유학 일정에 차질을 빚고 내달 시험도 어찌될 지 몰라 해외로 나가 시험을 치를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일부 몰지각한 이들의 행태 때문에 많은 선량한 학생들이 피해를 보게 된 것이다.
한국은 이미 SAT와 미국 대학원 입학시험(GRE), 토플 등 각종 시험을 주관하는 미국 교육평가원으로부터 요주의 국가로 지목돼 있다. 2007년 SAT 문제 유출로 한국 수험생 900여명의 점수가 취소됐고, 2010년에는 시차를 이용해 태국에서 시험을 치르고 미국으로 시험지를 빼돌리려던 일당이 적발되기도 했다. 토플에서는 부정 행위로 2000년 이후 시험방식이 2차례나 변경됐으며, GRE도 2002년 문제 유출로 시험횟수 축소라는 벌칙을 받았다. 오죽하면 일부 미국 대학들에선 한국 학생들의 성적을 평가절하해서 본다는 얘기까지 있겠는가.
국제 시험에서 부정행위가 끊이지 않는 것은 무슨 수단으로든 자녀가 외국의 명문대에 입학하면 된다는 학부모들의 비뚤어진 이기심 때문이다. 일부 극성스러운 학부모들은 돈을 싸 들고 부정행위를 알선하는 학원을 찾아 다닌다고 한다. 이런 학부모들의 욕구에 영합해 갖가지 수법으로 국제적인 부정행위를 서슴지 않은 학원들의 잘못도 크다.
더 이상의 국제적 망신과 피해를 막으려면 이번 기회에 철저히 수사해 부정행위가 발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 SAT 문제 유출 파문은 수험생들뿐 아니라 국가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문제다. 관련 학원은 물론이고 학부모와 학생까지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무엇보다 '도둑질한 시험지'로 얻은 성적이 학생들의 미래에 얼마나 도움을 줄 것인지를 성찰해봐야 할 것이다. 시민단체 등에서 공정 경쟁과 페어플레이에 대한 캠페인이라도 벌어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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