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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시진핑 날아다니는데… 한국은 관련 예산까지 삭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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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시진핑 날아다니는데… 한국은 관련 예산까지 삭감

입력
2013.05.01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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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시사주간 슈피겔의 에리히 폴라트 기자는 저서 에서 "20세기 냉전의 단초가 이념이었다면, 21세기 신(新) 냉전은 원유, 천연가스 등 천연자원이 단초가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의 말마따나 세계 각국은 지금 자원개발 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부존자원의 편중 현상이 더욱 공고해지고, 자원고갈에 대한 우려마저 제기되면서 자원을 무기화하려는 주도권 싸움이 본격화하고 있다.

日 몽골·러에 이어 중동 공략… 종합상사 수익 절반이 '자원'에

최근 해외자원 확보에 가장 열을 올리는 나라는 일본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지난해 11월 집권 후 엔저를 통한 내수활성화와 함께 해외자원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그는 지난 3월 몽골을 방문한 자리에서 광물자원 개발을 위한 상호협력에 합의했고, 지난주에는 100명의 기업인을 이끌고 러시아를 찾아 액화천연가스(LNG) 및 극동기지 건설에 관해 논의했다. 아베 총리는 여세를 몰아 1일부터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터키 등 중동권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아베의 자신감은 막강한 자금력과 해외 네트워크, 일사불란한 지원이 잘 버무려진 일본의 자원개발 시스템에서 나온다. 일본 정부는 작년 6월 민관의 역량을 최대한 결집한 '자원 확보전략' 5대 방안을 수립하고 현재 20%대에 머물러 있는 자주개발률을 2030년까지 40% 이상으로 높이겠다는 야심 찬 청사진을 내놨다. 세계 최고 수준인 공적 개발원조(ODAㆍ110억달러)를 자원보유국에 제공한 다음, 개발사업의 선봉은 민간기업이 맡는 식이다. 미쓰비시, 미쓰이, 이토추, 마루베니 등 일본 5대 종합상사는 연간 순이익의 절반을 자원사업에서 거둬 들인다. 온기운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2011년 일본기업들이 해외 인수합병(M&A)에 성공한 20건 중 7건이 자원기업"이라며 "민관의 유기적 협력에 기반해 개발 대상을 넓혀가고 있다"고 말했다.

中 '빚탕감·차관 제공' 패키지 전략으로 아프리카 마음 얻기

중국의 뒤에는 중앙정부가 버티고 있다. 세계 1위의 외환보유액(3조2,800억달러)을 바탕으로 사실상 국제 자원시장을 주무르고 있다는 평가다. 중국의 강점은 자원확보를 위해서라면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은 물론, 정치적 이해관계까지 적극 활용한다는 점. 특히 인권유린과 대량학살 등으로 서구사회가 제재를 가하는 아프리카 국가들에 접근해 부채 탕감과 동시에 차관까지 제공하는 패키지 전략을 펴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지난 3월 취임 후 첫 해외순방지로 삼은 곳도 탄자니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콩고 등 아프리카 국가들이었는데 목적은 역시 '자원확보'였다.

김득갑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은 "자원확보의 수단이나 활동주체는 나라마다 다르지만 점점 공세적으로 변한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최근엔 신흥국의 자원수요까지 급증하면서 한국도 차별화한 대응을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韓 양적 성장→질적 성장으로 전환… 산업부 중심으론 한계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박근혜정부는 공식 출범 두 달이 지나도록 해외 자원개발 및 자원외교와 관련해 구체적인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최근 나타나고 있는 몇몇 징후들을 통해 어떤 스탠스를 취하고 있는지는 미뤄 짐작해 볼 수 있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해외 자원개발 정책 방향에 대해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 전략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인력과 기술력, 인프라 등 취약한 자원개발 역량 제고를 통해 '내실화'를 다지겠다는 뜻이었다. 윤상직 산업부 장관도 인사 청문회에서 에너지 공기업의 해외 자원개발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실제로 최근 정부는 추경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자원개발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한국석유공사 1,000억원, 한국광물자원공사 900억원, 한국가스공사 400억원 등 총 2,300억원이 한꺼번에 줄어든 것이다. 한 에너지 공기업 관계자는 "이번 정부는 자원 개발에 큰 관심이 없다는 모종의 신호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며 "탐사ㆍ개발 과정에서 지속적인 비용이 들어가기 마련인데 예산이 삭감되면 신규는 물론, 기존 사업들에 대한 투자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런 우려는 현실화하고 있다. 광물공사는 탐사 단계였던 호주 볼리아 광산과 이트클리프 광산, 페루 셀렌딘 광산 등 3개 개발사업에서 최근 손을 뗐다. 가스공사도 호주 글래드스톤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와 이라크 아카스 가스전에 투자한 지분 일부를 매각하기로 했다. 추가비용 절감을 위해 기존 사업을 축소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윤 장관은 지난 30일 방한 중인 이라크의 석유부 장관과 양자 회담을 갖고 자원 외교에 첫 시동을 걸었다. 한국형 원전 추가 수출을 위해 이달 말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하고, 다음달 말에도 사우디아라비아 원전산업 고위 관계자들을 초청할 계획이다. 그러나 갈수록 치열해지는 세계 자원개발 경쟁에서 범정부 차원이 아니라 일개 부처 중심의 자원 외교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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