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가 없는 상태로 태어난 한국계 캐나다 여아 해나 워런이 마침내 생후 32개월만에 인공기도를 이식받았다. 해나의 딱한 사정이 한국일보 보도(2011년 7월 15ㆍ16일자)로 알려진 뒤 전국민의 따뜻한 마음과 모금으로 마련한 수술비가 아이에게 새 생명을 선물했다.
미국 abc 뉴스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보고 사례가 50건에 불과한 선천성 기관 무형성증을 앓고 있는 해나가 지난달 7일 미국 일리노이주 어린이병원에서 자신의 줄기세포로 만든 인공기도 이식 수술을 받았다. 인공기도 이식으로는 세계 최연소 기록이다. 수술을 집도한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의 파올로 마키아리니 박사는 "아이가 9시간에 걸친 대수술을 무사히 마치고 현재 빠르게 회복 중"이라고 밝혔다.
해나가 받은 수술은 지름 1.2㎝ 가량 되는 플라스틱 섬유 파이프에 아이의 줄기세포를 배양한 뒤 이를 이식받는 수술이다. 자신의 줄기세포를 이용해 거부반응 등 부작용이 적지만 기도처럼 복잡한 경우 이식 시도가 매우 드물었다. 아직 미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이 나지 않은 치료법이지만 다른 치료법이 없어 수술이 허가됐다.
캐나다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를 둔 해나는 2010년 8월 서울에서 출생했다. 그러나 기도가 없어 스스로 호흡은 물론 식사와 말도 하지 못한 채 서울대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지냈다. 치료 방법이 없고 치료비 부담이 커 부모는 2010년 10월 당시 생후 2개월 된 딸이 응급 상황에 처해도 소생 조치를 거부한다는 심폐소생술 거부 동의서에 사인하기도 했다.
하지만 서울대병원에 초청돼 강연을 하면서 해나를 눈여겨 본 재미 간호사 린제이 손이 이듬해 1월 해나의 부모와 줄기세포 인공기도를 개발한 마키아리니 박사팀을 연결하면서 기적의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마키아리니 박사팀은 지난해 세계 최초로 13세 환자에게 이식에 성공했다.
해나의 아버지 대럴 워런은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에서 "딸이 여섯 살을 넘기기 힘들 것 같다는 의료진의 말에 절망했지만 결국에는 기적을 이뤄냈다"고 감격스러워 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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