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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꿀벌 살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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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꿀벌 살리기

입력
2013.05.01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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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애니메이션이 있었다. 2007년 제작진이 만든 어린이용 오락영화로 국내에서도 개봉됐다. 힘들게 만들어 놓은 꿀을 인간들이 공짜로 가져가 먹는다는 사실에 화가 난 꿀벌들이 어느 날 파업을 벌인다. 들판에 나가 꿀 모으기를 중단하자 끔직한 일이 일어난다. 꽃들이 열매를 맺지 못하자 산과 들과 생물이 함께 죽어간다. 영화는 물론 인간과 벌이 화해로 자연이 제 모습을 되찾는 해피 엔딩이지만, 인류에게 날카로운 경고를 남긴다.

▲ 만약 지구상에 꿀벌이 사라지거나 제대로 살아가지 못한다면. 이 보여준 세상은 결코 상상이 아니다. 지구상의 식물 40%가 곤충들의 꽃받이로 수정을 하고, 그 80%를 꿀벌이 맡고 있다. 대부분의 식용작물도 마찬가지다. 이들이 열매를 맺지 못하면 가축들도 사라지고 인간도 생존할 수 없다. 100년 전에 아인슈타인은 "지구에서 벌이 사라진다면 인류는 4년을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리고 그 징후는 2006년부터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 미국에서는 해마다 꿀벌들이 20~30%씩 줄어들고 있다. 유럽에서도 비슷하다. 우리나라 토종꿀벌도 80% 가까이 사라졌다. 꿀과 꽃가루를 채집하러 나간 일벌들이 집을 찾지 못해 들판을 헤매다 죽는 기이한 일이 생겼다. 그들이 돌아오지 못하니 벌집에 있던 여왕벌과 유충까지 전부 죽는 군집붕괴현상이 시작됐다. 2010년부터 꿀벌 유충이 걸리는 낭충봉아부패병이란 바이러스성 전염병도 치명적이다. 아직 뚜렷한 치료법이 없어 한번 유행하면 전멸이다.

▲ 꿀벌들이 왜 갑자기 신경계를 다쳐 기억을 잃어버렸는지, 어떻게 유충들을 모두 말라 죽게 해 꿀벌에이즈로까지 불리는 바이러스가 생겨났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살충제, 곰팡이, 전자파, 대규모 단일작물재배, 도시의 열섬현상 등으로 추측만 할 뿐이지만, 이 모두 인간이 저지른 것임은 분명하다. 유럽연합(EU)이 꿀벌을 위해 한시적(2년간)으로 3종의 살충제 사용을 금지하기로 했다고 한다. 봄나들이에서 만나는 벌에게 감사하자. 그대 있음에 내가 있으니.

이대현 논설위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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