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3차 핵실험은 한반도 정세를 보는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정도로 심각한 사태를 초래하고 있다. 3차 핵실험 이전과 이후의 한반도 정세는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다. 무엇보다 북한 핵문제를 통제 가능한 위협으로 인식했던 미국의 정세 인식변화다. 3차 핵실험 이후 미국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통제 불가능한 위협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인식을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사정거리를 가진 로켓발사 능력을 보여준 북한이 핵능력의 상용무기화 가능성을 과시함으로써 미국도 북한의 핵능력을 위협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미국 국방정보국(DIA)은 "북한이 현재 탄도 미사일을 운반할 수 있는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파장이 커지자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나서 "북한이 핵탄두를 탄도 미사일에 얹을 능력이 있다고 믿지 않는다는 게 나와 행정부의 결론"이라고 진화하고 나섰다. 미국 내 정보기관 사이에 평가가 엇갈리고 있지만 3차 핵실험을 계기로 북한의 핵능력이 향상됐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중국은 그동안 북핵문제를 북한과 미국 간의 문제로 인식하고 중재자 역할을 자임해왔다. 하지만 3차 핵실험 이후부터 북한 핵무기가 중국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중국 일각에서는 북한의 핵보유가 중국 동북지역 인구밀접지역에 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하는 것 같다. 3차 핵실험 이후 중국의 네티즌들이 흥분한 것도 북한 핵이 중국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이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이와 같이 3차 핵실험 이후 한반도 정전협정의 두 당사국인 미국과 중국이 북한의 핵문제를 자국의 안전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요인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조선신보는 지난달 22일, 1962년의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의 미국과 소련의 대치구도에 빗대어 "2013년의 위기는 핵보유국인 조선과 미국이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맞대결하는 구도"라고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북한은 냉전시대 미소 대결구도가 지금에 와서 북미 대결구도로 바뀌었다고 주장하면서 미국에 핵군축회담을 요구하면서 핵담판을 요구할 정도로 간이 커졌다.
북한의 3차 핵실험을 가장 심각하게 받아들일 나라는 한국이다. 3차 핵실험 이전만 해도 북한은 핵무기 개발동기를 북미 적대관계에서 찾으며 남측을 위협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해왔다. 북측이 핵을 가졌기 때문에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으니 남측이 식량 등 대북지원을 해야 한다는 괴변을 늘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3차 핵실험 이후 '조국통일성전'을 주장하면서 남측을 향해서도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음을 공공연히 언급하고 있다.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한국이 주도적으로 나서야 할 긴박한 사정은 북한 핵 위협이 우리에겐 통제 불가능한 위협이기 때문이다.
지난 9년여 동안 남북 사이의 여러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유지해 왔던 개성공단이 잠정 중단된 것도 3차 핵실험의 여파로 볼 수 있다. 남과 북이 근로자들의 신변안전을 고려해서 입경중단과 철수를 결정했다고 하지만, 본질은 핵을 가진 북한과 경제협력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회의가 개성공단의 잠정중단으로 이어진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남측이 북한의 부당한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고 하면서 북한의 국면전환 움직임에 제동을 건 것도 북한이 취한 핵 관련 주장과 조치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인지도 모른다.
북한은 3월31일에 열린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핵 억제력을 항구적으로 틀어쥐고 나가는 문제를 법화 할 것"을 결정했다. 이 같이 북한은 핵보유 의지를 헌법과 법률로 명문화하고 비핵화 회담에 응할 의지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핵과 로켓개발을 법으로 규정한 북한과 관계설정을 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