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 있는 씨름판의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28일 끝난 2013 IBK기업은행 보은장사씨름대회에서 민속씨름의 유일한 프로팀인 현대삼호중공업이 무관의 아픔을 맛봤다. 대신 창원시청과 울산동구청 등이 장사를 배출하며 자생력을 입증했다. 창원시청은 정경진을 백두장사(150㎏ 이하) 정상에 올려 놓았고, 울산동구청도 태백장사(80㎏ 이하) 이진형과 한라장사(105㎏ 이하) 손충희를 배출했다.
민속씨름은 한동안 자금력이 풍족한 현대삼호중공업을 중심으로 돌아갔다. 현대는 적극적인 선수 영입과 투자로 씨름판을 호령했다. 윤정수 이슬기(백두급), 김기태 이준우(한라급), 임태혁 최정만 김명기(금강급) 등이 모두 장사 타이틀을 차지할 수 있는 실력파. 특히 지난해 은퇴를 선언한 황규연 코치를 비롯해 윤정수와 이슬기가 백두장사 타이틀을 돌아가면서 나눠가질 정도였다. 또 현대는 올해 3억여 원을 주고 금강급 최대어인 임태혁을 수원시청에서 영입하는 등 스타들을 싹쓸이했다.
반면 창원시청 등의 지역자치단체들은 살림살이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음에도 현대와 대등한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마산씨름단은 창원ㆍ마산ㆍ진해의 통합으로 창원시청으로 이름이 바뀌면서 소외를 받고 있다. 꾸준한 성적을 내며 민속씨름의 명문으로 자리매김했지만 오히려 예산과 인원은 줄어들고 있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승삼 창원시청 감독은 "지난해 10명에서 9명으로 줄었다. 정경진 선수가 경남대부터 데리고 있는 제자여서 붙잡을 수 있었지 아니면 벌써 다른 팀으로 이적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창원시청은 이승삼 감독이 키우고 이만기 교수가 인정한 정경진이 팀의 중심이다. 그리고 역대 씨름 선수 중 최중량이었던 김상중 등이 있다. 238㎏까지 불었던 김상중은 체중제한제를 맞추기 위해 150㎏까지 감량한 상황이다. 이 감독은 "(김)상중이도 6월이 되면 뺀 체중에 적응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울산동구청도 창원시청처럼 '풀뿌리 시스템'이 자리잡고 있다. 울산동구청은 지역장사 대회서 최초로 2체급을 석권하는 기쁨을 누리기도 했다. 이대진 울산동구청 감독은 "지자체 씨름단은 발굴과 육성 시스템이 자리잡았다고 보면 된다. 현대가 독주를 하지만 우리도 나름대로 상대를 제압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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