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재단법인으로 독립한 KBS교향악단은 많은 숙제를 안고 있다. 제일 중요한 문제는 상임지휘자 선정이다. 오케스트라는 지휘자의 악기이기 때문이다. 뜨내기 객원 지휘자 체제로는 그때그때 일시적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몰라도 악단의 소리를 제대로 다듬기 어렵다. 빈필처럼 상임지휘자 없는 오케스트라도 있지만, 오랜 전통으로 다져진 최고의 악단이 아니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KBS교향악단이 상임지휘자 찾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7월 말까지 선정한다는 목표로 여러 지휘자를 초청해 악단과 궁합을 맞춰 보고 있다. 현재 가장 강력한 후보로 요엘 레비(63), 케이스 바컬스(68), 알렉산데르 라흐바리(65)가 거론되고 있다. KBS교향악단 단원 대표 2명을 포함한 7명으로 올해 1월 구성된 상임지휘자 추천위원회가 이들을 추천했고, 의향을 물어본 결과 세 명 모두에게서 긍정적인 답변을 받은 상태다. 라흐바리는 지난 3월 KBS교향악단을 지휘했고, 다른 두 명은 5월 공연에서 차례로 지휘봉을 잡는다. 한때 영입설이 돌았던 샤를 뒤투아, 미하일 플레트뇨프는 상임지휘자로 올 가능성이 거의 없다.
5월 15일 고양아람누리에서 KBS교향악단 특별연주회를 지휘할 요엘 레비는 유태계 지휘자의 전통을 잇고 있는 거장이다. 2000년까지 10여년 간 미국 애틀랜타 심포니를 맡아 정상급으로 끌어올렸고, 2001~2007년 브뤼셀 필하모닉, 2005~2012년 내셔널 일 드 프랑스 오케스트라 수석 지휘자를 거쳐 현재 이스라엘 필하모닉 수석 객원지휘자로 있다. 한국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것은 9년 전 서울시향이 마지막이었다. 서울시향은 여러 번 지휘했고 2005년 상임지휘자 후보로도 거론됐지만, KBS교향악단은 1997, 98, 99년 딱 세 번 지휘했다. KBS교향악단과는 14년 만인 이번 공연의 메인 프로그램은 브람스 교향곡 1번이다.
네덜란드 출신 케이스 바컬스는 5월 10일 정기연주회를 지휘한다. 말레이시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1997년 창단 때부터 2005년까지 음악감독을 맡아 이끌며 탄탄한 기초를 갖춘 악단으로 성장시킨 주역이다. KBS교향악단은 2009년까지 여러 번 지휘해서 낯이 익다.
3월 22일 KBS교향악단을 지휘한 라흐바리는 이란 출신이다. 1979년 이란 혁명 직전에 오스트리아로 가서 이듬해 잘츠부르크 음악축제에서 카라얀의 부지휘자로 활동하며 유럽 에 이름이 알려졌다. KBS교향악단 지휘대에는 두 차례, 2008년과 2010년 섰는데 역동적이고 강렬한 지휘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목표는 7월 말이지만, 그때까지 상임지휘자를 선임하기에는 일정이 매우 촉박하다. 좋은 지휘자는 오라는 데가 많아서 보통 2, 3년치 연주 일정이 잡혀 있기 때문에 단기간에 섭외해서 모셔오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성공한다 해도 상임지휘자가 본격적으로 활동하기까지는 상당 기간 공백이 있을 수밖에 없다. 긴 안목으로 진행할 일이지 서두를 문제가 아니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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