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황금가지의 연극 '만두와 깔창'은 마당극의 미학을 어떻게 이 시대로 가져올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답한다. 오랜 친구인 만두 장사 김만두, 신발 장사 유깔창의 전통 시장 살리기 좌충우돌 행각을 통해 마당극이 영화라는 새 형식과 공존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객석과의 교감은 바로 마당이라는 트인 형식으로 이뤄진다.
위기에 처한 전통 시장을 살리자는 데 의기 투합한 두 사람은 궁리 끝에 시장을 소재로 영화를 만들자는 데 합의한다. 극의 후반부에 소형 비디오 카메라가 등장하고 보부상 등 옛 상인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은 그래서다. 장터가 피폐해져 가는 것이 예나 지금이나 외세와 외국 자본의 침탈 때문이라는, 민족극적 논리가 관철된다. 1986년 극단 아리랑을 창단, 그 같은 미학을 펼쳐온 김명곤 동양대 석좌교수의 연출력은 그 논리를 현실화해 낸다.
그러나 실제로는 두 배우들의 능란한 연기에 가려져 주장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신발 장사, 만두 장사로 각각 분한 유순웅-김헌근 버디는 단 1초의 빈틈도 허용하지 않는다. 그들이 감당해야 하는 것은 대학로를 찾는 20대다. 객석에는 그들뿐이다. 역사적 당위는 일단 뒷전이다. 그러나 연극을 본 후 기다렸다는 듯 기념 촬영 등 배우들과 시간을 갖는다. 이른바 민족극 계열에서 잔뼈가 굵은 두 사람이지만 공연 내내 펼쳐 보인 인간의 냄새는 현란한 무대에 길든 관객을 묶어둔다.
두 사람은 작정한 듯 땀을, 그야말로 비 오듯 흘린다. 타령 대목이 나오면 객석은 추임새까지 적당히 넣으며 판에 동참한다. "유순웅과는 처음으로 한 무대에 서는데 분석력과 순발력이 천재적이다. 서울 관객들은 배우와 주고 받는 대거리 부분에서 지방보다 뛰어난 것 같다." 지난해 1인극 '호랑이 이야기'로 서울에 입성했던 대구 배우 김헌근은 이번 작품을 계기로 서울 무대가 부쩍 친숙해 졌다.
자신의 장기인 마당극의 어법을 통해 서울과 친숙해 지고 있는 그는 고무돼 있다. 그는"저의 진한 경상도 사투리를 더러 못 알아들은 부분도 있지만, 관객들이 적극적으로 호응해 주니 연출자가 늘 강조하는'멋있는 배우'에 성큼 다가선 느낌"이라고 말했다. 7월 22일까지 대학로예술공간 혜화. (02)515-0405 장병욱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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