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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귀열 영어] Like a chip off the old block (붕어빵처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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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귀열 영어] Like a chip off the old block (붕어빵처럼 닮았다)

입력
2013.04.30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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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 낳는 독특한 표현은 단어 자체만으로는 이해가 어려울 때가 있다. 미국의 부모가 자녀의 숙제를 돕거나 아이들과 놀아주며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quality time'이라고 말하는데, 이를 '품질의 시간'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1990년대에는 극성스런 중산층의 엄마가 자녀를 학교에 데려다 주고 축구 같은 과외 활동까지 챙기는 것을 soccer mom이라고 불렀는데 요즘엔 좀더 극성스런 hockey mom이 있다. 모두 자녀의 과외 활동이 대학 진학에 중요하게 작용면서 생긴 일이지만 학업 말고도 2000년대에 들어서는 자녀의 안전 때문에 자동차로 직접 데려다 주는 일이 많아지면서 security mom 얘기도 나왔다.

한편 부모와 자식을 연결짓는 말은 영어와 우리말의 비교가 흥미롭다. 미국인 아버지들도 부전자전(Like father, like son)과 같은 말을 좋아한다. 자신을 닮은 자식에 대한 애착을 담은 '피는 못 속인다.'(It runs in the blood)는 말은 영미 문화에서도 그대로 통한다. 특히 이따금 영어다운 표현으로 '아이가 아버지와 똑같군요.'라고 말해 주면 이를 싫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우리말로는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고 할 수 있겠지만 영어로는 '사과가 사과나무에서 멀리 떨어지겠느냐.'라고 표현한다. 부모를 닮았다는 말의 표현으로 '닮은꼴'의 관용구가 되었다. 아빠를 닮은 아들을 보고 붕어빵이라고 하는 것은 지극히 한국적인 것이고, 영어식 표현은 'a chip off the old block'가 이에 가깝다. 거의 표준어로 정착하여 거부감 없이 널리 쓰인다. Block이 '나무토막'이고 거기서 떨어져 나온 '나무쪽, 떨어져 나온 조각'을 chip이라고 하니 'a chip off the old block'은 '빼어 닮은 꼴'을 의미하게 된다. 이 말을 쓰기 시작한 것은 고대 그리스 시대에 테오크리투스(Theocritus)가 a chip-of-the-old-flint (부싯돌의 조각) (Idyls, c.270 B.c.) 이라고 표현하고부터다. 나무 조각에 빗대어 부전자전을 나타낸 것은 17세기의 몇몇 글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존 레이(John Ray)의 1670년 속담 모음집에는 'Kit after kind. A chip of the old block.' (종류를 막론하고 모든 새끼 고양이는 모두 어미 고양이와 똑같이 생겼다)라고 했다. 여기서 'old block'은 바로 '부모, 아버지'를 의미하는데 지금도 어감이 좋아 잘 쓰이고 있다. 하지만 이들 표현도 경우에 맞게 잘 사용해야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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