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부장 천대엽)는 29일 유신헌법에 반대해 학생운동을 한 혐의(긴급조치 9호 위반)로 기소돼 1975년 징역 7년이 선고됐던 선경식(1949~2012) 전 의원 등 7명에 대한 재심에서 전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날 매우 이례적으로 재심 개시 선언에 이어 구형 및 공판 절차와 판결까지 당일에 모두 마치는 '즉일 선고'를 했다.
재판부는 재심 개시에 대해 검사에게 이의가 없는지 물었고, 검사는 "최근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긴급조치 9호를 위헌으로 판단한 만큼 이의가 없다"며 무죄를 구형했다. 재판부는 "긴급조치는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해 유신헌법은 물론 현행 헌법에 비춰봐도 위헌"이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권위주의 시대에 공권력에 맞서 헌법적 가치를 수호하다가 유죄 판결을 받아 인권을 침해당하고 범법자로 매도된 것에 대해 재판부도 사법부 일원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며 "비록 늦었지만 그간의 고초가 조금이나마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무죄 선고를 받은 최열(64) 환경재단 대표는 "당시 재판을 거부해 재판장 방에 들어가서 한 사람씩 선고를 받았는데 그때 배석판사가 양승태 현 대법원장이었다"며 "민주주의가 발전한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재심 개시를 기다리다 지난 4월 숨진 선 전 의원의 부인은 "남편은 나라를 위해 민주화운동을 하다가 처벌받았는데, 살아 생전 무죄 판결을 받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 안타깝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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