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오락가락하고 있다. 최근 개성공단에 체류하던 우리 측 인원이 철수하는 과정에서 북한 당국이 내놓은 메시지를 보면 일관성이 떨어진다. 정부가 26일 공단 체류 인원 전원에 대한 철수 결정을 내린 뒤 단호하고 신속하게 움직이자 당혹스러워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북한은 26일 우리 정부의 대화 제의를 거부하면서 "개성공단 체류 인원이 걱정되면 모두 철수하면 된다. 신변 안전보장 조치를 책임지고 취할 것"이라고 큰소리쳤다.
북한의 발표 후 4시간이 지나자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개성공단 잔류 인원 전원을 신속히 귀환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27일 오후 2시와 2시 30분 두 차례에 걸쳐 귀환하겠다는 일정을 통보했다.
이 같은 정부의 신속한 대응에 북한이 일단 멈칫한 것으로 보인다. 예정 시간을 불과 30분 남겨놓은 27일 오후 1시 30분이 돼서야 우리 측 인원의 귀환을 허가한 데서 그 같은 기류를 느낄 수 있다.
황지환 서울시립대 교수는 29일 "남측 인원의 철수를 예상했다면 일찌감치 오전에 귀환을 승인했을 것"이라며 "정부의 예상 밖 통보에 북한은 밤샘 토론을 거치고 나서야 결론을 내렸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북한은 27일 저녁에는 개성공단 관리 책임을 맡고 있는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대변인 명의로 "식자재니 뭐니 하며 인도적 문제를 걸어 인원을 철수시키고 있다"며 "개성공업지구가 완전히 폐쇄되는 책임은 전적으로 남측이 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26일 인도적 차원의 조치임을 강조하며 우리 측 철수에 동의했지만 불과 하루 만에 딴소리를 한 것이다.
윤덕민 국립외교원 교수는 "정부가 25일 대화를 제의하고 26일까지로 답변 시한을 못박으면서 중대 조치를 거론하자 북한이 허를 찔린 격"이라며 "대남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해 '해볼 테면 해보라'는 식으로 남측 인원 철수에 동의했지만 뚜렷한 전략 없이 호기를 부린 셈"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29일자 노동신문을 통해 "남측 인원 철수는 파렴치한 행동"이라며 "계속 사태를 악화시키면 우리가 먼저 중대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단의 영구 폐쇄시 북한이 입을 피해는 상당하다. 공단은 북측 근로자 5만 3,500여명을 고용하고 연간 9,000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안정적 수입원이었다. 더구나 개성공단 폐쇄는 향후 북한의 외자유치에도 나쁜 선례로 작용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공단에 체류하던 우리 측 인원이 모두 귀환하는 것에 대해 북한도 무척 고민스러워 하는 것 같다"며 "때문에 억지 논리에 집착하면서 낮은 수 싸움에만 골몰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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