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듬체조 요정'의 진화는 계속된다. 손연재(19·연세대)가 29일(한국시간) 이탈리아 페사로에서 막을 내린 국제체조연맹(FIG) 월드컵대회 개인 종목별 결선 리본 종목에서 17.483점을 받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종전 월드컵에서 동메달이 최고 성적이었던 손연재는 이번 대회에서 처음으로 은메달을 수확하는 쾌거를 올렸다. 2010년 시니어 무대에 등장할 때만 해도 세계 정상권과 현격한 실력차가 있었지만 손연재는 매년 그 격차를 줄이고 있다.
2010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개인 종합 32위에 머물렀지만 이듬해 세계선수권에선 11위로 뛰어 올랐다. 그리고 2012년 꿈의 무대인 런던올림픽에서 5위까지 올랐다. 올림픽 이후 2013년 새 시즌을 맞아서는 볼ㆍ후프ㆍ리본ㆍ곤봉 네 종목 프로그램을 바꿨다. 손연재의 안무를 담당했던 루시 드미트로바 전 불가리아 심판은 "이제 손연재는 모두가 경계하는 선수"라며 "올림픽 5위에 맞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손연재는 지난달 3일 러시아 모스크바 그랑프리에서 곤봉 종목 동메달을 땄다. 곤봉은 손연재가 가장 약했던 종목이다. 이달 초에는 시즌 처음으로 출전한 리스본 월드컵에서 볼 종목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리스본 월드컵에서 손연재는 높은 난도 탓에 수구를 떨어트리는 실수를 자주 범하자 일부 프로그램을 수정했다. 난도를 다소 낮추고 올 시즌 바뀐 국제 리듬체조 규정에 맞춰 표현력과 예술성을 강조하는데 중점을 뒀다. 그 결과 페사로 월드컵에서 리본 종목 은메달을 거머쥐는 소득이 있었다.
또 손연재는 정신적으로 더 강해졌다. 지난 26일 예선 볼 종목에서 음악이 끊겨 다시 연기를 해야 하는 바람에 17위에 그쳤지만 흔들리지 않고 다음날 열린 리본과 곤봉에서 완성도 높은 연기로 개인 종합 순위를 13위에서 9위로 끌어올렸다.
황지훈 대한체조협회 과장은 29일 통화에서 "손연재는 당장이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봐야 한다"며 "그리고 중간 과정에서 월드컵 은메달이라는 결과물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표현력과 댄스 스텝, 한 쪽 다리를 들고 회전하는 포에테 피봇 등으로 심판들에게 기술을 어필했다"면서 "짧게는 8월말 세계선수권, 그 다음은 2014 인천아시안게임까지 내다볼 때 희망적인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손연재는 페사로 월드컵을 마친 뒤 "한국 선수로서 월드컵 시리즈에서 처음으로 은메달 따게 돼 정말 기쁘다"며 "리본에서 메달을 획득했지만 아쉬운 부분이 있으니 계속 보완해 세계선수권대회까지 내 프로그램을 완벽하게 연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손연재는 이번 대회 후 불가리아로 자리를 옮겨 오는 4일 개막하는 소피아 월드컵에 출전할 예정이다. 이후 국내로 돌아와서는 10일 열리는 리듬체조 국가대표 선발전에 참가한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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