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의 정치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어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전격 소환해 조사했다. 검찰은 지난 주말에는 전 국정원 심리정보국장과 전 국정원 3차장 등 핵심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했다. 원 전 원장은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 가운데 정점에 서있었었다. 검찰이 특수수사팀 구성 10여 일만에 그를 소환한 것은 이례적이다. 검찰이 핵심 인물들을 잇달아 소환 조사하면서 수사가 예상보다 빠른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검찰의 이러한 행보는 검찰 수사방향이 국정원 직원 개인 차원이 아니라 국정원의 조직적 정치 개입 의혹에 맞춰져 있음을 보여준다. 국정원 전 심리정보국장은 검찰에서 "선거에 개입하려는 의도는 없었다"면서도 인터넷 종북 활동에 대응하기 위한 '댓글 작업'에 관여한 사실은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앞으로 밝혀야 할 것은 국정원 직원의 댓글 작업이 원 전 원장의 지시에 의한 것인지와 소위 '원장님 지시ㆍ강조말씀'대로 불법행위가 이뤄졌는지 등이다. 댓글 작업을 비롯한 불법행위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가담했는지는 물론 여론조작의 실태 등 전모를 파헤쳐야 한다. 이와 관련해 국정원이 심리정보국 직원뿐만 아니라 이들이 보조요원으로 고용한 일반인까지 동원해 인터넷에 정치관련 댓글을 달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원 전 원장 등이 받고 있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공소시효는 오는 6월 19일로 50여일 밖에 남지 않았다. 경찰이 지난 4개월 동안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고 시간만 끌었던 탓에 서두르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사건은 이전 정권의 국정원장을 비롯한 수뇌부의 대통령에 대한 과잉충성에서 빚어진 국기문란 행위로 검찰로서는 전혀 좌고우면할 이유가 없다. 새 진용을 갖춘 검찰로서는 오히려 '정치 검찰'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권력의 의중만 바라보는 잘못된 행태로 결국 대검 중수부 간판을 내리는 치욕까지 겪었던 경험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검찰은 오로지 있는 그대로의 실체를 밝히는 데 전력을 기울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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