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1시 새만금 방조제 북쪽 끝에 위치한 전북 군산시 비응공원. 박병대 대법관이 양창수 고영한 김창석 등 동료 대법관 3명과 함께 자리에 섰다. 그는 "소송대상인 새만금 방조제의 전체 현장을 직접 파악하기 위해 현장검증을 실시하게 됐다"며 "이 사건은 향후 전 국가적 국토개발사업에 영향을 미칠 사안"이라고 말했다. 새만금 지구가 과연 어느 지자체에 속하는지, 대법원이 직접 현장을 보고 판단하겠다는 재판 개시 선언이었다.
박 대법관의 말과 동시에 새만금 땅을 두고 몇 년째 다투고 있는 전북 군산시와 김제시, 부안군에서 나온 관계자들은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 관계자는 비장한 어조로 "우리 지자체의 운명이 걸린 일"이라며 준비해 온 서류와 자료 등을 챙겼다.
대법원은 이날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새만금 방조제 일대를 전체적으로 둘러보며 현장검증에 나섰다. 대법원이 선거 무효 소송 등에 증거 보전을 위한 검증이 아닌 사실 관계 파악을 위해 본안 사건에 대한 현장검증을 하기는 처음이다. 사안의 중대성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현장검증 자리에는 취재진을 포함, 100여명의 인파가 몰렸다.
김제시와 부안군 등이'안전행정부의 새만금 방조제 일부구간에 대한 지방자치단체 관할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대법원에 제기한 소송의 발단은 2010년 11월에 시작됐다. 당시 행정안전부(현 안전행정부) 분쟁조정위원회는 새만금 3ㆍ4호 방조제(길이 14㎞, 면적 195헥타르) 행정 관할지를 군산시로 결정하면서 비롯됐다. 간척사업 이전 이들 지자체 간 경계의 기준이었던 해상경계선과 주민 편의, 행정 효율성 등을 감안해 해당 구역을 군산시 관할로 결정했다는 게 안행부 설명이었다. 이에 김제시와 부안군은 한달 뒤 대법원에 안행부 결정 취소소송을 냈다.
김제시와 부안군은 이날도 안행부의 결정이 왜 부당한지를 대법관들에게 설명하는데 사력을 다했다. 김제시는 "기존 해상 경계대로 행정구역을 정하면 해안선이 사라지게 돼 어민 1,500가구가 생계 기반을 잃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바다로 가는 통로가 사라져 해양 성장 동력을 잃게 된다"는 주장을 폈다. 부안군 역시 "부안 주민도 새만금 어장에서 400여척이 조업 중"이라며 "1ㆍ2호 방조제는 당연히 부안군 구역"이라고 반발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대법관에게 입장 설명을 하는 자리에서 군산시장과 김제시장, 부안군수가 서로 언성을 높여 대법관이 제지할 정도로 설전이 뜨거웠다.
김제시와 부안군은 게다가 안행부 결정대로라면 향후 전체 매립지의 71%가 군산시 몫이 되는 반면, 나머지 29%를 두고 김제시와 부안군이 절반씩 나눠 가지게 되고, 산업단지와 과학연구단지, 국제도시 등이 들어설 노른자위 지역이 모두 군산시 소유로 넘어가는 것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현장 검증을 통해 행정구역 획정 기준을 어디로 삼아야 하는지, 효율적인 토지 이용을 위해 안전행정부의 결정이 정확했는지 등을 대법관들이 현명하게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심으로 진행되는 이번 사건에 대해 대법원은 곧 2차 변론을 열고 양측의 주장을 다시금 들어본 후 본격적인 법률 심리 등에 들어갈 예정이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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