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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 80년대 여공들의 애환 구로 벌집촌, 체험관으로 재현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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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 80년대 여공들의 애환 구로 벌집촌, 체험관으로 재현되다

입력
2013.04.29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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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일곱 개의 방이 있던 그 집, 미로 속에 놓인 방들, 계단을 타고 구불구불 들어가 이젠 더 어쩔 수 없을 것 같은 곳에 작은 부엌이 딸린 방이 또 있던 3층 붉은 벽돌집…(중략)…서른일곱 개의 방 중의 하나, 우리들의 외딴 방. 그토록 많은 방을 가진 집들이 앞뒤로 서 있었건만, 창문만 열면 전철역에서 셀 수도 없는 많은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는 게 보였다.”

1980년대 구로공단에서 여공으로 일했던 소설가 신경숙이 그의 자전적 소설 에서 ‘벌집촌’을 묘사한 대목이다. 수십 가구가 사는 데도 화장실은 달랑 한 개였고, 미로 같은 계단 끝에 발만 간신히 뻗을 수 있는 서너평의 방에서 살아야 했던 게 당시 여공들의 생활이었다.

군사정권 시절 ‘산업화의 역군’으로 포장됐지만 실제 구로공단 노동자들은 ‘공돌이, 공순이’라 불리며 저임금과 고된 노동, 그리고 차별에 시달려야 했다.

서울 금천구가 1960~80년대 구로공단 여성노동자들의 생활을 재현한 ‘구로공단 노동자 생활체험관’을 내달 2일 개관한다. 지금은 화려한 IT 산업 중심의 디지털단지로 바뀌었지만 저임금 속에서 산업화와 수출의 첨병 역할을 했던 구로공단 여성 노동자들의 애환을 기억하고, 이를 역사로 남기겠다는 취지다.

금천구 가산동에 14억4,300만원을 들여 만든 지하 1층~지상 2층 규모의 체험관에는 여공들이 생활했던 크기의 쪽방이 재현됐다. 지하 1층에는 6개의 쪽방과 벌집 골목, 설비실이 조성돼 쪽방에서 숙박 체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1층에는 여공의 방을 재현한 ‘순이의 방’이 마련된다. 옷장, 연탄, 밥상, 편지, 급여봉투 등 여공들이 사용했던 소품들이 전시되며 당시 여공들이 고향의 부모님께 썼던 편지쓰기 등을 체험해 보는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그 외 여공들이 찬물에 세수하던 공동세면장, 밤늦게까지 공부하던 ‘희망의 방’, 좁은 공간에서 대화를 나누던 ‘비밀의 방’등의 전시관이 만들어졌다.

금천구는 학생과 성인 신청자들을 대상으로 물걸레질, 빨래, 연탄 갈기, 부채·먼지떨이 만들기, 당시의 신문과 잡지 등을 읽고 체험 후기를 쓰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다음달 2일 개관식에는 금천구에서 현장시장실을 운영중인 박원순 서울시장과 과거 구로공단에서 일하며 노동운동을 했던 진보정의당 심상정 의원, 민주통합당 이목희 의원, 구로공단 역사 기념사업을 추진한 인명진 목사 등 150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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