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2살짜리 시푸(시추+푸들)종인 강아지가 꼬리를 살랑거리며 방역복 차림의 견주 최인슬(25)씨 앞에 두 발로 서서 안아달라고 보챘다. 흰털이 복슬복슬한 강아지는 최씨가 안아 주자 입맞춤했다. 인천 중구 영종도 계류장 내 동물검역사무동 1층에 있는 동물면회소의 한 풍경이다.
2년 전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가정을 꾸린 최씨는 얼마 전 남편과 잠시 한국에 들어올 때 기르던 개도 함께 데려왔다. 개를 대신 돌봐줄 이웃을 찾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최씨는 “6일 전 인천공항에 도착한 날부터 여기서 외로이 있을 빈이가 눈에 아른거려 잠이 안 왔다”며 “강원 철원의 친정에서 차로 140㎞가 넘는 거리를 2시간 반 정도 달려 (개를) 보러 왔다”고 말했다.
최씨처럼 해외에서 개나 고양이를 데리고 입국한 이들에게 이 곳 동물면회소가 애틋한 상봉의 장소가 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중순 행정사무실을 밀어내고 들어선 동물면회소에는 5개월여 만에 500여명이 다녀갔다. 이들은 위생검사에 이어 방역복을 입고 직접 계류장까지 들어가 자신의 반려동물을 꺼내와야 하는 번거로움도 기꺼이 감수한다. 이상용(36)씨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직장 생활을 한 2년 반 동안 함께 지내 온 골디(골든 리트리버종)를 보러 지난 2주 동안 세 차례나 동물면회소에 들렀다. 이씨는 “골디가 헤어지기 싫어 내 바짓가랑이를 무는 걸 보고 마음이 아팠다”며 “빨리 집에 데려갔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인천공항이 동물면회소를 운영하게 된 배경은 동물 수입검역 절차가 강화돼 동물의 계류 기간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1일부터 모든 개ㆍ고양이에 광견병 검사와 마이크로칩 이식이 의무화됨에 따라 인천공항을 통해 들어오는 반려동물의 검역 통과 전 계류 기간이 2~4주로 늘어났다. 예를 들어 현지에서 검역증명서를 발급 받았더라도 광견병 예방 접종과 항체 검사내역이 없으면 검역 통과까지 한 달 정도 걸린다. 이런 이유로 하루 평균 20, 30 마리의 개ㆍ고양이가 계류장에 머물고 있다.
직접 방문이 어려운 이들을 위한 만든 동물면회소 인터넷 카페도 최근 3개월새 1,900여명이 찾는 등 덩달아 인기를 얻고 있다.
이용진 농림축산검역본부 인천공항지역본부 계장은 “OIE(세계동물보건기구)의 광견병 검역 권고에 따라 검역을 국제수준으로 맞추다 보니 동물의 계류기간도 늘어났다”며 “그 사이에 오매불망으로 동물을 찾는 주인들을 위해 동물면회소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글ㆍ사진
인천=손현성기자 hsh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