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단체나 병원이 장기 기증자와 장기이식 대기자(환자)를 연결시켜 주는 관행이 불법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2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최근 열린 장기 기증 활성화 협의회 회의에서 다수의 위원들이 민간단체가 장기이식 연결관행이 장기이식법의 허점을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행 장기이식법 26조 3항은 16세 이상의 생존자로서 장기이식을 희망하는 사람은 장기이식대상자를 지정할 수 있다. 기증자들은 대개 가족이나 친지, 친구 등이다. 지난해 이뤄진 생존자 장기이식 1,883건 중 99%인 1,868건이 이 같은 '지정기증'이었다.
문제가 되는 것은 기증자를 지정하지 않은 채 기증의사를 밝힌 '순수기증자'다. 이 경우 장기이식법 26조 4항에 따라 국가기관인 장기이식관리센터(KONOS)의 이식대상선정절차를 밟도록 돼있다. 기증자와 이식대기자를 연계하는 과정에서 장기매매 등이 이뤄질 것을 우려해서다.
그러나 순수기증자의 장기이식을 중개하는 민간단체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는 현재까지 자체기준에 따라 기증자와 환자를 선정하고 형식적으로 장기이식관리센터의 승인을 받고 있다. 지난해 순수장기기증 17건 중 15건이 이런 식으로 이뤄졌다. 비록 2011년 5월 이전 등록된 환자(813명)로 대상이 국한돼 있고 장기이식관리센터의 승인을 거치기는 하지만, 이식대상선정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김명희 국가생명윤리위원회 연구부장은 "뇌사자 장기기증의 경우 국가기관에서 철저하게 이식자와 환자 관리를 하지만, 생존자 장기기증의 경우 민간단체가 자체 등록환자 풀(pool)에서 이식할 환자를 정하고 있다"며 "이식자와 환자에 대한 정보를 한 기관이 모두 갖고 있을 경우 의료적 기준이 아닌 다른 이해관계가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의 경우 2004년 환자에게서 돈을 받고 이식대기자의 순서를 뒤바꿔 관련자가 구속된 바 있다.
이에 대해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측은 "장기이식대상자를 지정할 수 있다는 법 규정(26조3항)에 따른 것이므로 적법하다"고 말했다. 순수기증이지만 지정기증의 형식을 거친 것이어서 법 위반은 아니라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역시 "엄격히 따지면 논란의 소지는 있지만 불법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런 논란을 우려해 민간단체가 이식대기자의 등록을 받지 못하도록 2011년 법을 개정할 때, 기존 민간단체의 이식대기자 풀을 활용하지 못하게 하려 했으나 환자들의 요구 등을 고려해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며 "다만 민간단체가 앞으로 이식대기자 등록을 받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정부 방침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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