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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작곡가 종교음악 독일에 수출… 난 한국 마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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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작곡가 종교음악 독일에 수출… 난 한국 마니아"

입력
2013.04.29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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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4일 독일 다름슈타트의 파울루스 교회에서 한국 작곡가 이건용의 합창음악'그리스도 수난곡'이 독일어 번역판으로 독일 초연됐다. 이를 성사시킨 주역은 다름슈타트 음대 학장인 작곡가 코르드 마이어링(59)이다. 2011년 한국에 왔을 때 이 곡의 실황 음반을 듣고 독일 교회에 연주를 추천, 작곡가 이건용과 두 달 간 독일어로 공동 번역해서 소개한 것이다.

현대음악 전문 앙상블 판(음악감독 김지환)의 30일 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연주회에서 마이어링의 작품을 들을 수 있다. 모차르트와 브람스, 최명훈, 강지영의 클라리넷 5중주와 나란히 그의 현을 위한 '트리스티시아(Tristitia)'를 연주한다. 제목은 라틴어로 '슬픔'을 뜻한다. 2001년 작곡해 미국 보스턴에서 초연했고, 이번이 두 번째 연주다. 그는 "성금요일이던 2001년 4월 13일, 그러니까 13일의 금요일에 완성한 13분짜리 곡"이라며 "올해 2월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절친한 작곡가 제프리 코튼을 위한 추모 연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을 몹시 좋아하는 그는 2005년 첫 방한 이후 매년 두 차례 정도 한국에 왔다. 세상에서 한국 음식이 가장 맛있다는 그는 11가지의 김치를 담글 줄 알고, 한국 친구가 집에 오면 된장찌개에 겉절이, 아껴 먹다가 잔뜩 시어버린 김치로 상을 차린다.

바람 불고 흐린 며칠 전 서울에서 만난 그는 한국 음식에 대해, 자연을 수용하는 한국 전통건축의 아름다움에 대해 한참 이야기했다. 한국을 침탈한 과거사를 인정하지 않는 일본의 태도를 비판하기도 했다.

"독일을 보라. 독일 정치인이 나치에 대해 그렇게 말했다가는 끝장이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독일과 일본은 침략 전쟁을 일으킨 나라다. 나는 독일에서 태어났지만 국적은 네덜란드다."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논리적인 이유에서였다.

"아시아가 서양에 관심을 갖는 만큼 서양도 아시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으로 출발했는데, 한국을 알게 될수록 사랑하게 됐다. 한국인들이 서양의 유행이나 현대문화를 따르기보다 한국이 가진 고유한 것에 더 많은 관심을 갖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가 살고 있는 다름슈타트는 현대음악의 메카다. 여기서 여름에 열리는 현대음악제는 1946년 시작되어 루이지 노노, 슈톡하우젠, 불레즈 등 현대음악의 거인들이 거쳐간 못자리다. 그가 학장을 맡고 있는 다름슈타트 음대는 어린이ㆍ청소년 예비학교와 대학ㆍ대학원 과정이 있는데, 예비학교 작곡 워크숍의 어린 작곡가들은 다름슈타트 시립오페라극장의 위촉으로 오페라를 작곡하기도 했다. 이 워크숍은 그가 1991년 만든 것이다.

"예비학교의 8~18세 학생 9명이 터키 동화로 공동 작곡한 2시간 반 길이 오페라'예멘의 왕자'를 2011년 시립 오페라극장의 오케스트라, 합창단, 솔리스트들이 8회 공연으로 초연했다. 참여한 어린 작곡가 중에는 겨우 열세 살에 120개의 피아노곡과 20여개의 앙상블 작품, 오페라까지 써서 독일저작권협회(GEMA)의 최연소 회원인 아이도 있다. 다름슈타트는 작곡에 첫 발을 떼는 어린이부터 세계적 작곡가까지 포괄하는 큰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다."

다름슈타트가 지금까지 그래왔듯 현대음악 생산 기지로서 미래를 기약할 수 있는 토대를 짐작케 하는 풍경이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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