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내 우리측 잔류 인원 철수로 2003년6월 착공 이래 지금까지 남북 협력의 상징이자 보루로 여겨져 왔던 개성공단이 10년 만에 바람 앞의 등불 같은 처지에 놓였다. 그 동안의 경과를 새삼스럽게 따질 것도 없이 남북 협력의 역사적 성과물이 완전히 사라지고 나면 새롭게 협력 분위기를 조성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남북 당국이 마지막으로 헤아려 정상화의 최소 가능성이라도 열어놓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개성공단의 전면 폐쇄가 결과적으로 1971년 9월 남북 직통회선 개설 이후 이어져온 남북 소통 창구의 완전한 소멸을 의미하리란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지난달 27일 북측의 남북 군사당국 간 통신선 차단으로 북측 개성공단 실무기관인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과의 연락이 유일한 대화 채널이었다. 그마저 완전히 끊어진 뒤의 전면적 소통 부재 상태는 사소한 마찰이나 갈등에 오해가 더해져 심각한 충돌을 빚을 수 있다는 점에서 당면한 안보위협 요인이다. 그 동안 다양한 형태로 이뤄진 대북 정책의 핵심 목표가 다름 아닌 안보였음을 되새기면, 현재의 남북 긴장과 그에 따른 개성공단 사태는 결코 우리가 원하는 바일 수 없다.
거듭 따져 보아도 이번 사태의 기본 책임은 북측에 있다. 개성공단 우리측 잔류 인원의 철수는 생필품과 식량, 의약품 공급마저 가로막힌 상태에서 국민 보호를 우선 고려해야 하는 정부로서는 불가피한 조치였다. 북측이 판에 박힌 강경 대결 자세를 고수하는 한 일방적 화해의 손짓에는 한계가 있었다. 다만 북측이 신경을 곤두세워온 한미 독수리 훈련이 끝나기 전에 단 하루의 시한을 두고 최후통첩을 보낸 정부의 행동도 결과적으로 다소 성급했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이제 개성공단 정상화의 희망은 전기와 수돗물의 차단에 앞서 북측이 작은 변화라도 보여줄 가능성에 걸려있다. 전기와 수돗물 공급이 끊겨 개성공단과 주변이 폐허화하면 협력의 기억도 이내 지워진다. 그 전에 양측이 민간기업 등 비공식 대화 통로라도 확보해 실질 대화에 나설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한 시간도 거의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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