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산결산특위의 정책질의가 열린 27일. 예결위 소속으로 영남권에 지역구를 둔 새누리당 A의원은 지역 축제를 포함해 이날 오후에만 4개의 지역구 행사에 참석했다. 역시 예결위 소속인 민주당 B의원은 오전 정책질의를 마친 뒤 서둘러 지역구로 이동했다. 수도권이 지역구인 새누리당 C의원 역시 오전 회의에만 잠시 참석한 뒤 오후엔 주로 지역구에 머물렀다.
예결위원 상당수가 지역구 행사 등을 이유로 이날 예결위에 불참하거나 도중에 자리를 뜨면서 추가 정책질의가 시작될 무렵인 오후 5시 반쯤에는 50명의 예결위원 중 단 6명이 예결위 회의장을 지켰다. 반면 개성공단 근로자 철수 등 민감한 현안이 산적해 있었지만 정홍원 총리 등 각 부처 장관들은 오전부터 오후 내내 국회에 발이 묶여 있었다.
최근 턱없이 낮은 국회의원들의 국회 출석률을 둘러싼 비판론이 거세지고 있다. 의원들의 국회 활동 등한시 현상이 비단 최근의 일은 아니지만 그 정도가 지나치다는 지적이 많다. 이에 앞서 25일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에선 민주당 소속 박병석 국회부의장이 회의를 시작하며 '출석 체크'를 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300명의 재적 의원 중 당시 재석 의원은 59명에 불과했다.
이처럼 낮은 출석률에 대한 의원들의 변명은 비슷하다. "지역구 의원 입장에선 지역 행사에 더 무게를 둘 수밖에 없다" 는 것이다. 그러나 지역구 활동 외에도 정기국회 ∙임시국회 기간 외유나 평일 골프 등으로 언론의 도마에 오른 사례가 적지 않은 만큼 의원들의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이에 따라 "의원들의 국회 출석률 제고를 위해선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현 국회법상 의원들이 국회에 출석하지 않았을 경우 빠진 일수만큼 특별활동비를 감액하는 것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국회 관계자는 28일 "각 당 원내 지도부 입장에선 의결 정족수만 채우면 되기 때문에 출석률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면서 "국회 출석을 의무화하는 규정을 만들거나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이 문제는 개선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신율 명지대 정외과 교수는 "국회 본회의 출석률이 80~90%에 달하는 미국이나 유럽권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의원들의 국회 출석률은 매우 낮은 편"이라며 "의원들의 출석률을 총선 전에 발표해 국민들이 의정 활동을 평가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정치학자는 "의원들이 회의 초반에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에 의원들이 얼마나 성실히 회의에 참여했는지 모니터링을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신정훈기자 hoon@hk.co.kr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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