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시에서 북동쪽으로 향하는 징청고속도로를 탄 뒤 가오리잉 나들목으로 나와 30여분을 달리자, 공장 지붕 위로 파란색 대형 글자판이 눈에 들어온다. '베이징현대(北京現代).' 2010년 착공, 지난해 말 완공된 베이징현대차 제3공장이다.
언뜻 보면 최첨단 IT제품을 생산하는 공장 같았다. 작업복 입은 인력, 소음, 먼지 등 '굴뚝산업'의 특유의 모습은 찾기 어려웠다. 대형 프레스로 철판을 찍은 뒤 용접 전용 로봇팔로 기본 차체를 만드는 작업은 전자동으로 처리되는 터라, 공장 안에서도 사람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중국 근로자를 만날 수 있었던 곳은 전장 부품들을 조립하는 작업장이었다. 대부분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이었다. 이 공장 근로자의 평균 연령은 26세. 현대차 국내 공장의 근로자 평균 연령이 45세를 넘는 것과 비교하면 그야 말로 '청년 공장'이다.
더구나 이들은 고향이 모두 베이징이었다. 현대차와 베이징기차가 50대50으로 합작해 설립한 베이징현대차는 베이징에 호구(戶口ㆍ우리의 주민등록)를 둔 사람만 취업할 수 있다. 그만큼 이곳 근로자들은 교육수준이 높고, 사고방식도 개방되어 있었다.
준공 1년도 채 안됐지만, 제3공장은 현재 증설을 추진 중이다. 김태윤 부사장은 "현재는 연산 30만대 규모인데 내년 1월까지 45만대 생산시스템을 갖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있고 중국 역시 부진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지만 현대차의 현지 수요는 여전히 폭발적이란 얘기다.
실제로 베이징현대차는 지난해 중국에서 85만6,000대를 판매했다. 국내보다 20만대 정도 많은 양이다. 구매자는 대부분 중국의 중산층들이어서 수요층도 탄탄하다. 올해 1월에는 중국에서 10만대를 팔아 월간 판매 실적으로는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1분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41% 성장한 26만716대다. 올해 100만대 판매 목표가 무난하게 달성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내년 1월까지 3공장의 45만대 체제가 구축되면 베이징현대차는 기존 1공장 30만대, 2공장 30만대를 합쳐 모두 105만대 생산 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16.7초마다 현대차 로고를 단 자동차가 만들어져 나오는 것. 중국에 진출한 글로벌 자동차 업체 가운데 100만대 이상 생산ㆍ판매 체제를 갖춘 곳은 4곳(상하이폭스바겐 일기폭스바겐 상하이GM 동풍닛산) 밖에 없다. 중국에 진출한 외국의 자동차 기업들이 20여년에 걸쳐 이룬 일을 베이징현대차는 2002년 합작사를 출범시킨 이후 단 10여년만에 달성하는 것이어서 중국 현지 매체들도 '현대속도'라며 감탄하고 있다.
베이징현대차의 성공 배경에는 중국 소비자의 기호에 맞도록 디자인과 신기술을 현지화한 것도 한몫 했다. 최성기 베이징현대차 총경리(부사장)는 "품질에 대한 중국 고객의 신뢰를 지켜 나가면서 만족도를 높이는 데 앞으로도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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