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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오리 농수산물’ 빅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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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오리 농수산물’ 빅히트

입력
2013.04.28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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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서 식당을 운영하던 이춘규 사장은 10여년전 고향인 전남 완도로 내려와 전복양식을 시작했다. 판로확대를 고민하던 그는 2008년, 당시만 해도 수산물에선 생소하던 온라인 시장을 발견했다. 홈페이지도 만들고 오픈마켓에 입점했는데 차츰차츰 입소문을 타더니 현재는 월 5만명의 고객을 확보하게 됐다. 1㎏(9~15미) 기준 대형마트에선 6만~7만원선짜리를 직거래를 통해 4만5,000~5만원에 공급한데다, 비닐팩에 바닷물을 넣고 액체 산소를 충전해 신선도를 살리는 등 새로운 포장방법까지 개발한 덕이었다.

하지만 판매가치가 없어 그냥 버려지는 어린 전복이 항상 골칫거리였다. 고민 끝에 그가 택한 방법은 어린 전복 자체를 상품화하는 것. 대도시 소비자들을 겨냥해‘라면용 전복’ ‘꼬마 전복’이란 이름으로 온라인 판매를 시도한 결과, 대성공을 거뒀다. 1만1,800원에 판매되는 400g(15~20미) 제품이 2만여개이상 팔리는 등 어린 전복 위주로 지난해 오픈마켓 ‘옥션’에서만 약 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어린 전복을 비롯해, 썩은 고구마, 상처난 감 등 상품성이 떨어져 ‘미운 오리새끼’취급 받던 농수산물이 ‘백조’로 거듭나고 있다. ‘상품=완벽한 제품’이란 고정관념을 깨고, 쓸모가 없는 것으로 간주되던 제품을 새로운 콘셉트로 상품화 한 ‘역발상’이 잇따라 대박을 몰아오고 있다.

지난 해 첫 출시된 ‘맨땅에 펀드’는 전남 구례군 농민들에게 30만원을 투자한 사람들에게 제철 유기농산물을 연 7회 가량 보내주는 상품으로 올해는 334구좌가 참여했다. 특징은 최적의 농산물을 보내는 게 아니라, 농사상황에 따라 썩은 고구마, 손톱만한 감자, 태풍 볼라벤으로 인한 상처난 감 등 수확한 농산물 그대로 보낸다는 것이다. 농사가 잘 되면 잘 되는 대로, 잘 안되면 잘 안 되는 대로 수확을 그대로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주 단위로 지리산닷컴(www.jirisan.com)에서 농부들의 농사 이야기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에는 오미동 마을 어머니들을 고용해서 농사를 지었고 올해는 구례지역 농부 7명을 선정했다. 전해주는 농사 이야기를 다르게 하기 위해서다. 사이트 운영자인 김산씨는 “농산물 자체 보다는 농부들의 이야기를 팔고 있다”며 “쌀의 경우 4월 볍씨를 뿌리는 것부터 수확 때까지, 김장의 경우 배추 모종을 심는 것부터 김치가 되는 과정을 3개월간 사이트를 통해 중계 했는데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믿고 신뢰할 수 있다 보니 지난해 투자한 100구좌 가운데 70구좌가 올해 재투자할 정도다.

대형마트에서도 가끔씩 ‘못난이 과일’들을 싼값에 한정 판매해왔는데, 워낙 잘 팔리다 보니 올해부터는 아예 브랜드로 만들어져 상설 판매되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 18일부터 흠집이 있거나 모양이 작은 과일들을 ‘매일 마시는 한 컵 과일’이라는 주스브랜드로 판매중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그냥 먹는 것도 아니고 주스로 마시는 데 약간의 흠집만 도려내면 전혀 맛과 품질엔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롯데마트도 흠집 과일을 ‘한점’이라는 브랜드로 만들어 정상제품보다 20% 할인 판매하고 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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