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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조금이라도 이익에 반하면 "싫다"는 재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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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조금이라도 이익에 반하면 "싫다"는 재계

입력
2013.04.26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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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그리고 한국경영자총협회까지 경제5단체 부회장들이 26일 긴급 조찬모임을 갖고 공동성명을 냈다. 한국경제가 난국에 빠진 만큼 경제민주화 과잉 입법을 자제해 달라는 게 성명의 요지다.

이들의 불만은 정치권을 향한 것이었다. "정치권이 산업현장에 미치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합리적 대책은 마련하지 않은 채 경쟁적으로 법안을 처리하고 있다", "경제민주화의 취지에 공감하고 협조하려 노력해왔지만 정치권이 균형감을 잃고 있다"…. 거센 반발이 여과 없이 쏟아져 나왔다.

사실 재계 입장에선 발끈할 만도 했다. 글로벌 경기침체에 북한이슈, 엔저까지 경제환경은 악화일로인데, 좀 북돋아주기는커녕 한결같이 기업(특히 대기업)을 '나쁜 집단'취급하는 법안들만 쏟아내고 있으니 말이다. 아무리 동반성장과 경제민주화의 대세는 인정한다 해도, 정치인들이 경쟁적으로 또 포퓰리즘적으로 몰아붙이는 건 타당치 않아 보인다. 누가 뭐래도 경제성장의 주체는 기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단체들의 이날 '집단행동'이 곱게만 보이지 않는 건 '이것도 싫고 저것도 싫다'는 태도 때문이다. 일감몰아주기나 지배구조, 총수처벌 등에 대한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들은 그렇다 해도, 경제민주화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정년연장이나 대체공휴일까지 싸잡아 반대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

정년을 늘리고 공휴일을 늘리면 기업의 부담은 어느 정도 커질 수 있다. 하지만 당장의 손익계산서를 떠나 전 세계에서 고령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우리 사회, 세계에서 노동시간이 가장 긴 우리 경제로선 꼭 풀어야 할 숙제다. 대부분 선진국들이 택하고 있는 글로벌 트렌드이기도 하다. 국민소득 3만달러를 바라보는 OECD회원국의 기업들이라면, 이젠 이런 문제에 대해 좀 여유를 갖고 접근해도 되지 않을는지. 사실 사방이 따가운 시선뿐이고 곳곳에서 경제민주화 압박이 들어오는 고립무원의 처지를 감안한다면, 정년연장이나 대체공휴일 같은 이슈는 오히려 전략적으로라도 수용하는 게 옳다고 본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이익에 배치되면 뭐든지 싫다고 하는 게 지금의 재계다. 이날 경제단체들은 "나름 경제민주화를 위해 노력했지만 정치권이 반기업정서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는데, 뭐든 반대만 하는 기업들의 이런 행태가 오히려 반기업정서를 자초하고 있는 건 아닐는지. '하겠다'는 없고 오직 '해달라'뿐인 재계, '좋다'는 없고 습관적으로 '싫다'고만 하는 재계의 태도가 계속되는 한, 국민과의 괴리는 좁혀지기 어려울 것이다.

정민승 산업부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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