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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싸움에서 안 밀리겠다' 절박감 美와 대화위한 판 키우기 시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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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싸움에서 안 밀리겠다' 절박감 美와 대화위한 판 키우기 시각도

입력
2013.04.26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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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26일 오후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 잔류 인원 전원 철수 결정을 발표하기 직전에 우리 정부의 대화 제의를 적반하장식으로 거부했다. 이에 따라 북한이 억지 논리로 대화를 거부하는 배경과 향후 북 측의 대응 수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이 이날 국방위원회 정책국 대변인 담화를 발표한 것은 오후 2시 15분쯤이었다. 25일 우리 정부가 제시한 '26일 오전까지'라는 회신 시한을 2시간 정도 넘겼지만 이례적으로 하루 만에 입장을 정리해 신속하게 발표했다. 당초 북한이 며칠 정도 시간을 끌 것이라는 관측과는 다른 대응이었다. 이를 두고 남한과의 주도권 경쟁을 의식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왔다. 우리 정부가 제시한 답변 시한은 무시하되 시간을 끌지 않고 초강경 대응 방침을 밝히면서 정면 충돌을 불사했기 때문이다. 북측은 "우리가 먼저 결정적 중대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황지환 서울시립대 교수는 "북한의 경우 우리 정부가 대화 제의를 통해 국면을 주도하자 밀리면 안 된다는 절박함이 컸을 것"이라며 "기싸움에 따른 응수 차원에서 대화를 거부했지만 결국에는 북한의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를 재개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우리 정부의 대화 제의를 무시했다는 분석도 있다. 비핵화를 거부하며 미국과의 군축회담을 통해 일거에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는 상황에서 연간 9,000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개성공단은 눈에 차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판 키우기' 전략이다.

최진욱 통일연구원 원장대행은 "북한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남북 대화가 아니라 게임 체인지"라며 "긴장 국면을 계속 끌고 가서 미국이 대화에 나서도록 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북한이 남북 대치 구도를 고집하며 우리 정부의 대화 제의에 경직된 모습을 보이는 것은 군부 강경파의 득세로 의사결정의 유연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개성공단을 관할하는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이 최근 우리 측 개성공단관리위원회와의 비공식 접촉에서 공단 정상화의 필요성에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아무런 개선 조치를 취하지 못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 관계자는 "천안함 폭침 사건과 연평도 포격 도발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김영철 정찰총국장이 대미, 대남 압박 공세를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따라서 북한은 당분간 남측의 태도 변화를 떠보는 선에 그치면서 미국과의 협상 추진 전략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날 국방위 담화에서 "개성공단 남측 인원 철수에 따른 모든 인도주의적 조치들을 책임지고 취할 것"이라고 밝히며 파국을 원하지 않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지만 이를 빌미로 향후 공단 가동 중단에 따른 책임을 남측에 전가하는데 주력할 가능성이 높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한동안 냉각기를 유지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공단의 재산을 동결, 몰수하며 금강산 관광 중단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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