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지난 대선 과정에서 '인터넷 댓글'로 정치 개입 의혹이 제기됐던 심리정보국을 최근 폐지한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정치권과 사정당국에 따르면 국정원은 남재준 원장 취임 이후 심리정보국을 없애고 심리정보국 일부 간부들을 보직에서 해임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소환 조사를 받은 심리정보국 민모 국장도 최근 보직 해임된 뒤 대기발령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심리정보국은 원세훈 원장 시절인 2011년 말 3차장 산하의 대북심리전단을 확대 개편해 새로 만든 조직으로 산하에 안보 1ㆍ2ㆍ3팀 등 4개 팀을 두고 70여명의 인력이 활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심리정보국이 전격 폐지된 데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심리정보국 여직원이 민간 사이트에 정치 관련 글을 올려 중립성 훼손 논란을 빚은데다 최근에도 연이은 고소ㆍ고발로 검찰의 수사 대상에 오른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보직 해임으로 보긴 어렵지만 최근 인사에서 (심리정보국장을 포함한) 간부 상당수가 용퇴한 건 맞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심리정보국을 폐지하면서도 대북 첩보 수집 및 분석 등 국정원 고유의 대북심리전을 담당할 정보 부서는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대북심리전은 정보기관의 고유 업무"라고 말했다.
한편 국정원 대선 및 정치 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 부장검사)은 25일 민모 심리정보국장을 소환 조사했다. 민씨는 검찰 수사팀이 출범한 후 첫 소환 대상자로, 경찰 수사 단계에서는 조사를 받지 않았다.
검찰은 민씨를 25일 오후 피고발인 신분으로 소환해 10시간 넘게 조사한 뒤 자정 넘어 돌려 보냈다. 검찰은 민씨를 상대로 심리정보국 직원들이 인터넷에 댓글을 쓰게 된 경위와 목적, 이를 지시했는지 등을 캐물었다. 민씨는 자신과 부하 직원들이 선거나 국내 정치에 개입할 의도가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국정원 직원들이 댓글을 남긴 것으로 확인된 '오늘의 유머' 등 3개 사이트 이외에 다른 인터넷 사이트에도 댓글을 달았는지 확인하기 위해 과학수사 담당 검사와 수사관들을 통해 분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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