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 전 영국인가, 독일인가에 있을 때다. 폭스바겐으로 기억하는 독일 자동차 메이커의 '친환경' 광고가 인상적이었다. 독일이 자랑하는 울창한 숲 사이로 난 아우토반에 자동차 한 대가 지나간다. 고속도로 특유의 소음과 매연은 전혀 없이 숲의 정적과 청신한 기운만 감돈다. 그 때 길옆 풀숲에서 하얀 토끼 한 마리가 튀어나와 귀를 쫑긋 세우고 무슨 소리가 나는지 듣는다. "폭스바겐은 환경을 생각합니다"라는 광고 카피가 뒤따랐던 듯하다.
▲ 그 때만 해도 '친환경'이 지금처럼 지구적 대세는 아니었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환경보호 의식이 유난한 독일의 자동차 메이커답게 소음과 배출가스를 줄이고 연비 향상에 앞장선다는 '친환경' 메시지를 잘 전달하고 있다. 푸른 숲과 순결한 이미지의 흰색 토끼가 어울려진 광고에 나 같은 환경 후진국 소비자는 감동할 정도였다. 그래도 환경단체들은 "자동차의 본질적 환경 유해성을 숨기는 기만적 광고"라고 비판하고 있었다.
▲ 현대자동차의 '자살 시도' 광고가 유럽과 미국에서 말썽이 났다고 한다. 논란이 된 것은 친환경 연료전지차 SUV를 선전하는 온라인 비디오 광고다. 중년 남자가 차 안에서 배기가스를 마시고 자살을 시도하지만, 배기가스 대신 물밖에 나오지 않아 실패하는 내용이다. 이게 말썽이 된 것은 다섯 살 때 아버지가 그렇게 자살한 비극을 겪은 영국의 젊은 여성이 광고를 신랄하게 비난하고 나선 게 계기가 됐다.
▲ 이 여성은 블로그 글과 현대차에 보낸 항의 편지에서 어릴 적 악몽을 덧들인 광고를 "혐오스럽고 비윤리적"이라고 비난했다. 현대차는 사과 성명과 함께 광고를 내렸다고 한다. 현대차는 2년 전에도 운전석 쪽 뒷문이 없는 차를 선전하는 광고에서 저승사자와 참혹한 사고 장면을 등장시켜 말썽이 됐다. 온라인 광고는 흔히 흥미와 엽기 취향에 영합하지만, 이런 바이럴(viral) 마케팅도 선진사회의 윤리 기준을 벗어나면 그야말로 '자살' 마케팅이 될 수 있다. 그 교훈을 되새길 만하다.
강병태 논설고문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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